일신동 750가구 '9시간 칠흑 어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전력량 급증 변압기 과부하 원인
찜통더위가 연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경기지역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25일 오후 8시10분께 인천 부평구 일신동 75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갑자기 정전됐다. 아파트 주민들은 다음날 오전 5시께 전력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9시간 동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더위와 싸우며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켜지 못한 채 밤잠을 설쳐야 했던 60대 주민 A씨는 26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고 토로했다.
A씨는 새벽 1시가 넘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휴대전화 조명 하나에 의지해 간신히 집 밖을 나서 복구 작업 중인 곳을 찾았다가 "아침은 돼야 고쳐질 것"이라는 말에 맥없이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도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번 정전은 아파트 변압기 과부하로 발생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량을 줄여달라고 방송으로 안내해 실제로 줄었던 상황이었고, 변압기도 내구연한이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며 "최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다시 급증하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 같다. 주말이라 복구 과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주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은 지난 19일부터 폭염 주의보, 폭염 경보가 차례로 발효됐다. 밤에도 실외 온도가 25℃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아파트 정전이 이달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 인천본부가 이달 1일부터 집계한 아파트 정전 사고는 모두 19건에 이른다.
한전은 이 사고가 모두 아파트 내 변압기 과부하 등 수전 설비 문제인 것으로 파악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변압기를 통해 한전과 계약한 고압 전류를 가정용으로 전환해 각 가구에 공급한다. 아파트 단지마다 전체 가구 수 등을 고려해 변압기 용량을 설정하는데 최근 무더운 날씨로 가구마다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변압기 과부하 등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경기지역에서도 같은 날인 25일 저녁 고양시 일산 서구와 김포시 감정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라 전기 공급이 끊겨 무더위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는 전기 안전관리자들이 평상시에 부하율(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혹시 모를 정전 상황에 대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파트 정전이 발생했을 때는 빠른 복구를 위해 공사가 운영하는 24시간 무상 기술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한달수 수습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