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 풍물패 '더늠' 등 강사 나서
수업태도 뛰어나고 창의성 주목
아이들 '직접 배우니 색달라' 만족
서해 5도의 한 섬마을 학교가 기말고사를 마친 학생들을 위해 미술·풍물 강좌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지역적 특성상 도심 학생들과 비교해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이 부족하기 마련인 섬마을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값진 시간이 됐다.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 있는 대청중고등학교는 최근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학생들을 위해 장서인(藏書印), 돌판각, 풍물 등 문화·예술 강좌를 개최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 기회를 주는 '꿈·끼 탐색주간'을 맞아 마련된 수업으로, 미술·풍물·연극·댄스 등 4개 장르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원한 미술과 풍물 수업을 각각 진행했다.
전문 예술가들이 강사로 나섰다. 대청도와 가까운 백령도 태생으로, 현재 강화에서 그림·조각·건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박충의(60) 작가가 장서인과 돌판각 수업을 맡았다.
인천의 전통 연희 풍물패 '더늠'에서 활동하는 김정민(32) 강사는 버나 놀이와 '열두 발 상모'를, 반승환(52) 강사는 젬베(djembe)와 '모둠 북' 연주를, 김태연(24) 강사는 사물놀이 수업을 했다.
강사들은 수업에 몰입한 학생들의 열정에 감탄했다.
박충의 작가는 "평소 학생들이 경험하기 힘든 전각 작업으로 자신의 작품을 구상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집중력이 높았고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데다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면서 "(작가의 시각에서) 아주 주목할 만한 작품을 창작한 학생도 많았다"고 칭찬했다.
풍물 지도를 한 반승환 강사는 "젬베는 손으로 연주하는 악기여서 손이 몹시 아픈데 포기하는 학생 없이 모두 잘 따라와 줬고, 또 수업 마지막 시간에 이뤄진 사물놀이 악기, 연희놀이 버나와의 협연도 훌륭하게 소화했다"며 "학생들의 집중력이 좋아서 강사가 연주를 전달하고 이해시키는데 매우 수월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수업을 만족해했다.
고교 2학년 문주은 학생은 "풍물이 재미없고 시끄럽기만 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풍물을 손으로 익힐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고교 3학년 강래현 학생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림이나 글을 적은 도장을 만들 수 있어 좋았고, 나만의 도장이어서 색다르고 뜻깊은 체험이었다"고 했다.
최병은 대청중고 교장은 "이번 시간을 계기로 학생들의 예술을 대하는 안목을 높이고 또 건강한 취미생활을 익히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며 "강사 섭외가 어렵고, 학사일정 조정도 어려운 섬지역 학생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