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더울땐 양산 '여성만' 고집 고정관념
메모지 포스트잇 접착제 사용 대박쳤듯이
일상의 작은 것도 바꾸어 나가는 노력 중요
모두가 행복한 삶 위해 수시로 시행·적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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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작은 생각들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있다! 우리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명멸하지만, 쓸모 있는 생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오만가지 생각들 가운데서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섬광 같은 생각들도 나온다.

이 작은 생각, 혹은 아이디어가 일상과 세상을 바꾼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육상경기 종목의 하나인 높이뛰기에서 널리 애용되는 배면도약법은 포스 베리가 창안해낸 것이다. 이 방법을 처음 사용했을 때 그는 온갖 비난과 비웃음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1968년 올림픽에서 그가 배면도약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메모지의 대명사인 포스트잇은 실패한 접착제였다. 잘 붙었지만 잘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됐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오자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었는데,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그 특성을 살려 수시로 붙였다 뗄 수 있는 메모지용 접착제로 사용하여 대박을 쳤다.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진정한 의미는 명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상황 속에서 맥락에 따라 주어진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때 그가 활용한 예시가 바로 토끼-오리 그림이다. 본래 이 그림은 1898년 조셉 재스트로가 착시그림(optical illusion)으로 개발한 것인데, 이를 비트겐슈타인이 언어철학의 예시로 활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우리에게도 살아가면서 바꾸면 좋을 것 같은 일상의 관습들이 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비가 오는 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옆 사람 옷에 빗물이 묻지 않도록 젖은 우산은 꼭 접자. 또 만원버스나 전철에서 백팩 가방을 앞으로 메면 통행에 불편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

버스나 전철을 탈 때 먼저 창가 쪽으로 앉으면 다음 사람이 자리에 앉아가기가 편해지며, 빈자리에 앉을 때 그냥 털썩 앉는 것이 아니라 양옆의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앉으면 어떨까. 잠시 느낄 상대방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줄여줄 수 있다.

그리고 단체여행 시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동원된다면 1호차부터 운행하는 게 아니라 10호차든 5호차든 맨 뒷번호 차량이 선두에 서면 다른 차량 운전자나 고속도로휴게소 이용자 또는 관계자들이 단체여행 차량의 규모를 미리 알 수 있어 편리할 것 같다. 꼭 1호차가 먼저 선두에 서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무더운 날에는 남자도 양산을, 양산이 불편하면 우산이라도 써서 더위를 막아보자. 여성만 양산을 써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며 젠더적 편견이다. 여기에 역사적 소명을 다한 여성가족부를 없애자는 여론도 있는데, 이제 부처의 명칭을 양성평등부로 바꾸고 업무의 방향도 양성평등을 위한 비전을 갖고 나가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카카오 택시의 유료화를 철회하거나 이용료를 80~90% 이상으로 낮추면 택시 운전자나 국민들 부담이 경감될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혁명이니 개혁이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상의 작은 것들을 바꾸어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 여성 참정권 등을 통해 여권 신장을 이룩한 것도 유의미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혁신적 현대 여성 패션의 아이콘이 된 가브리엘 샤넬의 새로운 여성 속옷이야말로 복잡하고 불편한 중세의 속옷으로부터 여성들에게 편리함과 자유를 안겨준 일상의 혁명이었다. 청와대나 정부 유관기관 어느 곳이든 이런 작은 생각들, 정책적 아이디어들을 수시로 수렴하고 총괄하는 전담부서와 홈페이지를 만들고 시행하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