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지역주의 논쟁으로 확전 보며
국민 저버리는 상호비방 이젠 신물
여야의 공정 이슈도 덧없게 느껴져
혹독한 정책검증 거쳐 후보 선출을

연일 들려오는 난타전에 지지 여부를 떠나 염려스럽다. 일자리가 줄고 경제적으로 힘든 코로나19 상황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여 경선에 집중하게 된다. 필자 주변에서도 전과는 달리 대선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더 높다는 사실이 감지된다. 어느 후보가 어떤 정책으로 내 삶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것인지 후보의 공약과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봐도 기대감 가는 이렇다 할 정책과 비전이 보이지 않고 불편한 폭로전만 보이니 답답한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선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내걸고 있는 공정 이슈도 덧없게 느껴진다. 여당의 유력 두 후보 간 보여주는 난타전 양상은 이들이 내세우는 공정이라는 가치와 정책 실행에 대한 기대감은 고사하고 상실감을 주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공정이라며 '성장과 공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낙연 후보 역시 출마 선언에서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울 것을 약속하며 공정의 가치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출사표를 던지며, 정의와 공정의 기치를 내세웠다. 4년 전 대선에서도 공정은 뜨거운 논쟁거리요 화두였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현실 앞에서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공정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감지, 한결같이 공정을 외치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공정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 아닐까? 혹시나 하는 국민적 기대감을 후보들은 역시나로 저버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격화되는 상호비방과 과거로 회귀하는 난타전에 도무지 공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쿄올림픽 중계방송하듯 실시간 보도되는 상호 비방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더구나 경선 초기임에도 불구, 유력한 두 후보 간 적통 논쟁에 지역주의 난타전으로까지 확전되는 퇴행적 양상은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다. '정책 대결'에만 집중해도 유권자의 신뢰와 표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선거란 분열이 일어나면 반드시 패배로 간다는 원칙을 모르는 바도 아닐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여당 선관위가 진화에 나섰다. 상호비방 난타전에 책임을 묻겠다며 엄중하게 경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급기야 6명의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열었고, 이상민 여당 선관위원장은 "각 후보 캠프와 경선 질서를 바로잡고, 서로 간의 일탈, 선을 넘는 공방이 없도록 다짐하는 자리"라며 대통령이 되었을 때 청사진, 비전, 목표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고, 28일 오전에는 민주당사에서 민주연구원과 공동 주관하는 공정경쟁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가운데 경선 시간표에 대한 윤곽을 내놨다. 추석 전 두 번의 예비경선을 거쳐 본경선 4명으로 압축, 10월1일에는 본경선 진출자가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국민에게 네거티브와 정쟁이 아닌 정책과 비전, 희망을 선보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의 경우, 처와 장모 관련 의혹이 난무하는 실정이라 실제 후보 간 검증 실전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과연 여·야 구분 없이 후보 간 폭로전에 치우치지 않고 정책 검증에 주력할 것인지 두어 달 남은 본 경선이 길게 느껴진다.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바람은 한 가지일 것이다. 여·야 모두 혹독한 정책 검증을 거쳐 우리네 삶의 질을 높여줄 대선 후보가 선출될 바람직한 경선을 기대해본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