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략산업 선정후 지속 성장
코로나19 장기화속 시장 규모 확대
문제는 대기업 위탁·바이오시밀러
수출 특화로… 중소벤처 성장 미흡
정부 지원 '대단위 클러스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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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국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 장애의 극복 및 건강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산업이란 주로 생명공학 기술에 기초하여 사람에게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서 보건·의료분야(레드바이오)가 대표적이나 이외에 농업·식품·자원분야(그린바이오)와 화학·에너지 분야(화이트바이오)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지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이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미래산업으로 간주하고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국가 전략산업의 하나로 선정하여 다양한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에서 인천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의 바이오산업은 2004년 인천시가 바이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이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입주함으로써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위탁생산 전략을 주로 추진하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하였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 인천의 바이오산업 생산은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324% 증가하였으며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기준으로는 19.9%, 수출기준으로는 35.6%에 이르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현재 인천은 세계 최대의 바이오 생산능력을 갖춘 도시로 발돋움하였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4공장, 셀트리온의 제3공장이 증설되면 생산능력은 또다시 배가될 예정이다.

그런데 인천의 바이오산업은 소수의 대기업 위주로 위탁생산과 바이오시밀러의 수출에 특화되어 있는 구조로 중소 벤처기업의 성장은 미흡한 실정이다. 사실 바이오산업과 같은 지식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소, 병원, 지원기관들이 밀집하여 상호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지식의 확산과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소위 클러스터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바이오 선진국의 경우 예외 없이 이러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는데 미국의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독일의 바이에른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세계적 롤모델이 되는 수준으로 확대 조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700여 개의 바이오 기업 유치 등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뉴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세브란스 병원과 국책사업인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및 K-바이오 랩허브를 송도에 유치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하에서는 인천의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과 관련하여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기존의 강점이 있는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대한 경쟁력은 계속 유지하되 클러스터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위탁개발(CDO)과 위탁임상시험(CRO) 등으로의 위탁 서비스 분야 확장, 신약개발 추진, 그리고 그린 및 화이트 바이오로의 진출 등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 외에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과 연구소 및 병원 등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외 혁신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의 장점을 살려 세제와 임대료 혜택 등의 제도적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엔젤투자, 벤처캐피탈 등의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이 용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바이오산업은 우수 인력의 유치가 필수적이다. 현재 송도의 주거 및 교육환경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교통망을 보다 정비하는 한편 외국 우수 인력을 위한 국제화 노력도 지속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클러스터 형성 초기 단계에는 기업 유치, 자금조달 지원, 네트워크 형성 등과 관련하여 지원기관의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이를 효율화·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인천시와 경제자유구역청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지원체계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최근 유치한 K-바이오 랩허브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고도의 지식산업인 만큼 대규모 클러스터의 성공적 조성에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따라서 인천이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최적지임을 설득하는 노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서명국 한국은행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