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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은 화살을 쏘아 과녁의 중심에 최대한 가깝게 맞춰야 한다. 선수들은 70m 거리에서 지름 1.22m 과녁을 쏜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기원은 사냥에 활과 화살이 처음으로 쓰인 1만 년 전 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1900년 파리올림픽에 처음 등장했으나 한동안 빠져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현대화된 규칙으로 다시 채택됐다.

대한민국 양궁이 여자단체전 올림픽 9연패 신화를 썼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25일 열린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완파했다. 이로써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특정 국가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외신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놀랍다는 반응들이다. AP통신은 한국을 '최강 양궁의 나라'라며 "선수들의 이름은 바뀔 수 있겠지만, 한국 여자양궁의 '통치'(domination)는 계속될 것이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대표팀이 마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만난 듯한 여유로움을 보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경기 내내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제압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9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양궁이 미국과 케냐가 남자 수영 400m 혼계영과 육상 장거리 장애물 경기에서 각각 보유한 특정 종목 최다우승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양궁은 사격처럼 수십 개 과녁에 궁사들이 자신의 과녁에 쏘아,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우승하는 단순 구조였다. 하지만 재미가 없고, TV 중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1대 1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꿨다. 이번에는 세트 제도를 도입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한 꼼수임이 분명하나 9연패 신화를 막지는 못했다.

국내 양궁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보다 대표선발 경쟁이 더 부담이라고 한다. 경력이나 랭킹이 아닌 오로지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공정한 룰(rule)은 어느 선수든 예외가 없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대표선수 전원이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바람·소음 등 돌발변수를 극복하려 바닷가와 야구경기장에서도 활 시위를 당긴다. 독창적인 훈련방식으로 선수들을 담금질한다. '넘사벽' 대한민국 양궁의 질주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