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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 내 상가에 '임대문의'가 붙은 건물이 늘고 있다. 2021.7.21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단골손님들 발길까지 끊긴 식당
점주 쌓이는 채무에 우울증 생겨
휴대폰 개통 사기당한 일용직도

장기 경기 침체 자영업 실패 늘어
인천 상반기 상담 벌써 작년 수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최근 파산 신청을 하기로 했다. 그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직장을 잃게 되자 올해 초 동네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처음에는 매출도 괜찮았고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았으나 두 달 정도가 지나자 손님이 하루가 다르게 줄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대출금과 임대료 등 매달 쌓이는 채무를 막기 위해 결혼 예물과 아이의 돌 반지까지 팔았지만 생활고는 점점 심해졌다. 채무 상환이 연체되자 채권자들은 그의 집과 식당을 매일같이 찾아왔다.

A씨는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 병원에 다니는 신세가 됐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파산밖에 없었다.

올해 3월부터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40대 남성 B씨는 그전까지 매일 벼룩시장 구인광고를 통해 일을 구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일자리를 더욱 얻기 힘들었던 그는 생계가 점점 막막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벼룩시장에서 눈에 띄는 광고를 발견했다. 휴대전화를 현금 매입한다는 내용이었다. 광고에서 안내한 곳을 찾아가 보니 휴대전화 개통을 해주면 월 200만~300만원을 주는 사업이 있다고 했다. 생활이 어려웠던 B씨는 휴대전화 5대를 개통해 줬지만 이는 사기였다.

약속한 돈은 받을 수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 기기값과 요금이 연체됐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기기값과 통신요금을 내지 못한 B씨는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고, 그 충격으로 뇌경색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인천시 소상공인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이하 금융복지지원센터)는 사업 실패, 생활비, 사기 등으로 생긴 채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채무조정 상담'을 해주고 있다. 금융복지지원센터가 올해 상반기(1~6월) 진행한 채무조정 상담은 2천487건으로, 이는 지난해 1년간 이뤄진 상담 건수(2천690건)와 맞먹는다.

올해 들어 채무조정 상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금융복지지원센터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이들의 상담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쌓여가는 채무 등으로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이들은 법원의 파산 절차 등을 밟게 된다. 인천지법이 올해 상반기 접수한 개인파산사건은 총 2천97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비슷한 수치(3천102건)를 보였다. 월별 현황을 놓고 보면 올해 4월이 621건으로 최근 2년 중 가장 많았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올 하반기 파산을 신청하는 시민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 등 악조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복지지원센터 관계자는 "채무 관련 상담이 지난해보다 올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맞물리며 파산 절차를 밟는 시민들이 올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증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