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등 6개 작품 걸린 전시장 발길
"기억 없지만 무척 예뻐하셨다 들어
작품 접할때마다 저의 기억이 된듯"
월북가족 '좌절'… 서류상 큰아버지로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아버지의 그림 앞에서 아들은 발길을 떼지 못했다. 월북 미술가 림군홍(1912~1979)의 아들 임덕진(73)씨는 지난달 30일 '조선화의 거장展'이 열리고 있는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 걸린 아버지의 작품을 보며 "아버님의 작품을 볼 때마다 매번 말할 수 없이 큰 감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추의 구월산'(1973년), '어촌마을'(1970년), '고향의 어머니'(1950년대) 등 유화 작품 3점과 인물화 3점 등 여섯 작품이 전시됐다. 임씨는 아버지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꼭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 출품작들은 그가 모두 처음 본 작품들이다.
임씨는 림군홍 작가의 다섯 남매 가운데 둘째 아들이다. 림군홍 작가는 둘째 아들 임덕진씨가 겨우 3살인 1950년 북으로 건너갔다. 그 때문에 아버지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이 아버님에 대한 기억의 전부"라며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이 아버님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지금은 저의 기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억에는 없는 아버지이지만 남겨진 작품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림군홍 작가가 자손을 그린 작품은 4점 정도인데, 임씨의 형님을 그린 작품 한 점과 임씨를 그린 3점 등이 남아있다. 어머님이 보관하시던 작품을 임씨가 물려받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아버님이 저의 백일때 모습을 그린 작품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다"면서 "어머님이 들려주시기로, 7년 만에 태어난 저를 무척 예뻐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씨에게 애틋한 아버지이지만, 현재 서류상으로 그의 아버지는 큰아버지로 되어 있단다.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사관학교 진학과 ROTC 입대 등이 좌절되자 어머니가 호적을 정리했는데, 아직 고치지 못했다는 거였다.
임덕진씨는 "전시장에 걸린 아버님의 작품을 보니 마음이 좋다"면서 "부친의 작품을 더 자주 더 많은 이들이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