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의 최종 목표는 마녀로 지목된 희생자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마녀 혐의 여성을 물에도 빠트리고, 불에 달군 철판 위를 걷게 한다. 죽으면 무죄이고 살아나면 마녀이니 유죄라서 화형에 처한다.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마녀를 지목하는 사이비 마녀사냥단도 있었지만, 신념에 찬 참 마녀사냥단에게 지목당한 마녀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대선 정국에 '쥴리 사냥'이 극성이다. '쥴리'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주자의 부인 김건희를 지목한 마녀 낙인이다. 김건희가 윤석열과 결혼 전 접대부 생활을 했고, 남성 편력이 심했다는 X파일이 '쥴리'의 출처이다. 자칭 정치적 중립이라는 한 서점 주인이 자신의 건물에 '쥴리 벽화'를 주문 제작했다. 쥴리의 남자들도 열거해 놓았다.
서점 주인은 무슨 생각인지 쥴리 벽화를 낙서장으로 허용했단다. 보수 유튜버들은 검은색 페인트로 쥴리를 지웠다. 그러자 트위터 닉네임 '친일파청산'이라는 네티즌이 제2의 쥴리벽화 제작을 예고했다. 쥴리 논란에서 김건희가 쥴리인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대선정국에서 쥴리가 필요한 세력과 이에 저지하는 세력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졌다. 윤석열을 증오하는 사람들에게 김건희는 반드시 쥴리여야만 한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의 논리이다. 그들은 김건희의 명예와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먹잇감을 찾는 증오 집단으로 인해 야만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올림픽 최초 양궁 3관왕 안산은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의 증거라는 SNS 비방에 시달렸다. 예전 같으면 국민 영웅을 향한 시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젠 세력화한 증오집단들이 존재감을 과시할 목적으로 호시탐탐 희생양을 찾는다.
한 여성의 인격을 말살하는 '쥴리 사냥'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민주화의 제단에 피를 뿌린 것인지 허망하다. "쫄지말고 대충 쏴." 안산은 비정상적인 페미사냥꾼들에게 맞서 이렇게 자신을 다잡으며 준결승, 결승 슛오프에서 10점 과녁을 꿰뚫었다.
마녀사냥꾼들의 자양분은 정치이다. 정치배들의 정략이 이들을 키운다. 이젠 상식적인 민주시민들이 야만적인 마녀사냥을 중단시켜야 한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어둠의 사냥꾼에 맞서 "쫄지마"라 합창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