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조류가 번식하는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보툴리누스 중독증'(보툴리즘)에 의해 폐사된 것으로 의심되는 조류 사체가 발견돼 환경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남동유수지를 모니터링하는 환경단체인 저어새 네트워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날 남동유수지에서 흰뺨검둥오리와 괭이갈매기 사체 5~7마리가 발견됐다.
저어새네트워크는 이들 조류가 보툴리즘 때문에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툴리즘은 국내 조류 집단폐사의 주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보툴리눔(botulinum)이라는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중독되는 것을 뜻한다.
보툴리눔은 토양 속에 서식하며 여름철(7∼9월) 흙 속의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해 독소를 내뿜는다. 이 독소를 먹은 야생 조류는 신경계가 손상돼 날지 못하거나 서지 못하게 돼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뺨검둥오리 등 5~7마리 죽어
폭염·가뭄에 증식… 대책 필요
최근 폭염이 이어진 데다, 장기간 비도 내리지 않아 남동유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속에 보툴리눔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경단체에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에는 보툴리즘에 의해 폐사한 사체 수거가 늦어지면서 오염된 폐사체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은 저어새나 도요물떼새 등 남동유수지에 서식하는 조류 700여마리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
앞서 2008년에도 보툴리즘으로 인해 야생조류 1천600여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1일에도 남동유수지에서 흰뺨검둥오리와 괭이갈매기 4마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확인된 만큼, 이미 보툴리즘에 걸린 조류가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우선 보툴리즘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류 사체를 수거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남동유수지를 관리하는 남동구에 보툴리즘이 확산하지 않도록 유수지 저유량을 늘려 수위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남동구와 연수구, 환경단체 등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