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로봇 탄생 101년이 되는 해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1920년 세계 최초로 로봇을 소재로 한 희곡 '로섬 유니버설사(社)의 로봇'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1921년 1월25일이니 '로봇'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가 사실상의 백주년이 되는 셈이다. 로봇의 반란과 인간의 멸종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고 신선한 이 이야기는 당연히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로봇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문학사에도 등장했다. '개벽'지 기자이자 소설·평론 등을 겸업(?)한 회월 박영희(1901~?)가 이 작품을 '인조노동자'(1925)란 이름으로 '개벽'지에 번역, 소개하였던 것이다. 이후, '사의 찬미'로 한참 성가를 올리던 가수 윤심덕(1897~1926)과 함께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극작가 김우진(1897~1926)도 연극평론 '축지 극장에서 인조인간을 보고'(1926)를 발표했다.
이어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는 '나, 로봇'(1940)이라는 단편집을 통해서 그 유명한 '로봇공학 3원칙'을 발표한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로봇공학 3원칙'은 2006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국가표준규격으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로봇공학의 발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공존한다. 로봇이 가져올 생활의 편리와 경제성이 장밋빛 희망의 영역이라면, 로봇의 도입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다보스포럼의 예측은 매우 걱정되는 대목이다. 8월 현재 코로나19와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알바를 전전하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491만명에 이르며, 알바 자리를 두고 20대와 60대가 경쟁하는 민망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2035년이면 인공지능과 결합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모든 지성을 초월해버리는 특이점이 올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 등 끝없이 진화하는 첨단기술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검토 그리고 완벽한 통제력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