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아팠을까. 평택에서 남편과 함께 치과를 운영 중인 양재희 원장은 병원에 찾아온 앳된 환자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어린 환자는 이가 너무 아파 밤마다 벽을 치며 고통을 참았다고 했다.
"나이가 중학생 정도인데 아직 유치가 있어 아팠던 거에요. 유치만 빼면 일단 아픈 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였는데 이걸 안고서 오랫동안 괴로웠다고 하니…."
양 원장은 치료받기를 주저하는 환자를 설득했다. 어린 환자는 병원을 찾은 날에도 비용이 걱정돼 오기를 망설인 듯 보였다. 양 원장은 치료비를 받지 않을 테니 일단 이라도 빼고 가야 한다며 달랬다. 설득 끝에 아이는 겨우 이를 뺐다. 지옥같이 아팠던 수개월의 고통이 단 몇 분만에 해결됐다.
아이를 데리고 온 지역아동센터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아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간 치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던 것인지 아이의 치아 상태가 좋지 못했다. 늦어도 13살 전에는 빠졌어야 할 유치가 빠지지 않고 영구치가 4개나 없는 상태여서 치료가 시급했고 더불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일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진료비 지원을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양 원장은 진료비 지원 심사에 필요한 추천서 등을 준비해줬다.
아이가 돌아간 후 양 원장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연락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걱정이 커졌다. "혹시 심사에 탈락했을까 걱정됐죠. 만약 지원을 못 받는 거라면 우리가 치료비를 받지 말고 치료해주기로 남편과 결정했어요."
부모 보호 받을 상황 아니고 치료 시급
치아 문제 고통 지역아동센터 중학생
초록우산 지원 계기 부부도 후원 결정
아이를 돕기로 굳게 마음을 먹은 며칠 후 기적같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지원이 결정된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치료가 시작됐다.
양 원장은 남편인 김찬우 원장과 함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기독교 신자여서 교회를 통해 해외 아동을 후원해 본 적은 있지만 국내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직접 보고나니 더 많은 주변의 어려운 아이를 돕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양 원장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이 아이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던 이유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이 몇 개 없는 것이 정말 심각한 것이냐 물었을 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재단에선 '이 상태로 방치하면 아이는 사회에 나갔을 때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못한다. 치료를 받지 못한 채 20살이 넘어서 센터를 나갔을 때를 생각해보자'며 고민했다고 들었어요. 적어도 출발선에 같이 설 수 있다는 것, 그 기본을 어른들이 지켜주는 것에 공감했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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