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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는 파도가 양쪽에서 들어오면서 모래가 쌓여 본섬과 부속 섬을 이어주는 목기미 해변이 있다.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이 해변은 현재 각종 스티로폼과 페트병, 폐어구, 폐목재 등 해양 쓰레기들이 파도를 타고 양쪽에서 밀려 들어오면서 섬의 대표적인 쓰레기장이 됐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앞바다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법안들은 국회 안을 떠다니기만 할 뿐 입법화가 더디다. 정치권의 해양쓰레기 대책 입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가 연대한 '한국환경회의'는 지난달 29일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영진(경기 수원병) 국회의원이 올해 2월 대표 발의한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campaigns.kr/campaigns/420)을 펼치고 있다.

20만명 서명이 목표인 한국환경회의 캠페인은 4일 기준 700여 명이 동참해 아직 참여율이 저조하다.

수산업법 개정안 통과 촉구 서명중
年사용 28% 폐어구 관리 필요 불구


김영진 의원의 수산업법 개정안은 '어업 쓰레기' 대책과 관련이 깊다.

이 법안은 ▲어구 실태조사 추진을 위한 어구 생산·판매 기록 작성 근거 마련 ▲어구의 과다한 사용을 막기 위한 판매량·판매장소·방법 등 제한 ▲어구마다 소유자 표기하는 '어구 실명제' 도입 ▲어구 일제 회수제 도입 등 어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이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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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굴업도 해변에 쌓인 쓰레기.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바다 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대부분은 폐어구와 스티로폼 부표 등 어업 활동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 추산한 국내 연간 어구 사용량은 약 13만t으로, 이 가운데 유실되거나 버려진 폐어구는 전체 사용량의 28%인 3만6천600t에 달한다. 

 

그러나 해수부의 가장 최근 자료가 7년 전 '추산'일 뿐인 데다 매우 부정확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어구는 적정 사용량이 법령으로 정해져 있지만, 사실상 관리·집계되지 않는 사각지대라서 누가 얼마나 어구를 사용하는지, 얼마나 유실되거나 버려지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어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수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다.

생존권 문제라며 어민들 반발 제동
20대 국회때도 유사법안 자동 폐기


하지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구 관리 강화를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이는 어민들의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제20대 국회 때인 2016년에도 이번 김영진 의원 법안과 유사한 어구관리법안이 발의됐으나, 어민들 반대에 부딪혀 국회를 계류하다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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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해변에는 수시로 새하얗게 부서진 스티로폼이 밀려 들어온다. 이러한 현상은 약 150㎞ 떨어진 백령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천·경기해역 전역이 미세플라스틱에 뒤덮이고 있다는 증거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어업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옹진군 연평도의 한 어민은 "연평도 어민들이 쓰는 어구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조업하다 버린 그물도 단속하고, 불법 중국어선들이 버리고 간 폐어구나 폐그물은 외교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법령을 준수하면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어구 적정 사용량을 넘어서는 어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해수부, 해경, 관할 지자체도 모두 알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구 관리를 강화하는 수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어업 쓰레기를 줄이는 대책이 실질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3면(어구 반환 보증금·바다지킴이 확대… 첫발도 못 떼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