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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13일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신촌의 한 상인에게 "요새 손님이 적어 좀 편하시겠다"며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시라"라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그날 국내 확진자는 28명으로 안정적이었다. 정 총리의 농담은 과했지만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상인이 정 총리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에 "빨리 극복해야죠"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일주일 뒤 신천지발 팬데믹으로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서면서 코로나 지옥문이 열렸다.

자영업 수난시대다. 코로나19 터널 속에 갇힌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확진자 수에 따라 오르내리는 방역단계로 매출이 급락했다. 임대료를 못내 보증금을 까먹고, 최저임금이 오른 직원들을 내보내고도 빚을 얻어 가게를 유지하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려왔다. 벌어놓은 돈을 까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최근 4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직격탄이 될 모양이다.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휴업 안내문을 내건 상점들이 즐비하다. 생계를 양보하고 정부의 방역전선에 협력한 결과가 치명적이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이들의 배달망에 매출을 의지하는 동안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의 갑이 됐다. 배달 플랫폼들의 속도 경쟁과 고객 만족 경쟁을 위해, 음식점 주인들은 터무니없는 배달 수수료를 뜯기고 생면부지 고객들의 별점 테러에 시달린다. 배달한 음식에 있던 새우 한 마리 환불을 놓고 다투던 점주가 쓰러졌다. 배달비 빼면 남는 것도 없는 매출에, 얼굴 없는 소비자의 갑질에 심신이 피폐해진다.

국세청이 어제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호프집 3천636곳, 간이주점 1천900곳, 노래방 1천554곳이 줄었다고 한다. 대신 통신판매업 10만3천450곳, 커피음료점 1만981곳이 늘었단다. 망한 자영업자들의 절망과 숨통이 간당간당한 시장에서 창업한 자영업자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슬픈 통계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차량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경적이라도 시원하게 누르게 해줄 관용이 아쉬웠다. '짧고 굵은' 4단계 방역조치는 연장도 모자라 강화될 조짐이다. 자영업자들의 분노와 슬픔도 임계점을 치닫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