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매대
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 입점한 점포 중 일부가 불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2021.8.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화재 피해를 딛고 지난해 12월 재개장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신축 건물 설계가 잘못돼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2시30분께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예년 같으면 휴가철과 맞물려 평일에도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거릴 시장 골목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12월 재개장하면서 시장 시설은 훨씬 깔끔해졌지만, 마스크를 쓴 채 시장 내부를 둘러보는 고객 예닐곱 명만 눈에 띄었다.

도로변에 있는 상점에는 그래도 물건을 보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바닷가와 가까운 상점에는 시장 상인들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부 점포는 아예 불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는 운영하지 않는 점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날 소래포구에서 만난 상인 오모(80·여)씨는 "지난 나흘 동안 10만원어치도 채 못 팔았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했지만, 요즘처럼 매출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며 "장사가 너무 안되다 보니 매일 매일 피눈물을 흘리면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푸념했다.

소래포구 상인들은 화재로 피해를 본 시장을 다시 지으면서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점포 위치에 따른 매출 편차가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화재 피해 딛고 지난해 말 재개장
시설 개선 했지만 문 닫은 상점도
바다와 인접 면 벽으로 막아버려


소래포구 어시장은 2017년 3월 발생한 큰불로 좌판 244개, 상점 20곳이 소실됐다. 이후 담당 지자체인 인천 남동구는 상인들의 재정착을 위한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어시장 건물을 신축했고, 지난해 12월 재개장했다.

그런데 신축 건물을 설계하면서 바다와 인접한 면을 벽으로 막아버렸고, 이 자리에 있는 점포들의 매상이 뚝 떨어졌다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한 상인은 "새로운 시장이 지어지면서 사람들이 도로에서만 출입하다 보니, 도로와 먼 점포까지는 고객들이 찾아오지를 않는다"며 "구에서는 3년이 지나면 점포 위치를 재조정한다고 하는데, 그 전에 망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바다와 인접한 면의 벽을 허물어 이곳에서도 시민들이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남동구에 요구하고 있다.

도로에서만 출입 먼 점포는 외면
당국 "벽 없앨 경우 소방법 위반"


이에 대해 남동구는 이미 건물이 지어져 완공됐기 때문에 벽을 허무는 공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벽을 없앨 경우, 소방법 위반 소지가 있는 데다, 벽이 세워진 것을 기준으로 설계가 진행됐기 때문에 건물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동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줄어든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건물 구조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상인들과 힘을 모아 소래포구 어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