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류 인구┃엘리자베스 문 지음. 강선재 옮김┃푸른숲 출판 ┃496쪽. 1만4천원

잔류인구
"여기에 남겠어. 혼자서, 자유롭게."

세상이 세운 주류의 시선에서 빠져나오는 한 여성 노인의 숨가쁜 탈출기를 그린 책이 출간됐다. 책 '잔류 인구'는 '쓸모없음'으로 정의되던 70대 여성 노인이 사회가 제시하는 '쓸모'와 '효율'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증명해 나가는 이야기다.

그동안 저자는 언제나 경계 바깥에 선 소수자에게 시선을 두고,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를 무너뜨려 왔다. '잔류 인구' 역시 그런 작가의 세계관이 집약된 SF소설이다. 


70대의 숨가쁜 탈출 그린 SF 소설
'효율' 걸림돌 취급 받으며 삶 증명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등 질문 던져


책에서 저자는 효율적인 이주 정책과 행성 소거에 걸림돌로 취급되던 여성 노인 오필리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나이 듦', '여성', '무생산'의 대표격인 오필리아는 부당한 이주 정책에 반발하며 홀로 행성에 남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타인이 만들어낸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증명해 나가던 그는 이후 외계 생명체와 만나면서 세상이 필요 없다고 정의 내린 '돌봄능력', '타인을 향한 이해' 등 자신만의 능력을 펼쳐 나간다.

서로를 두렵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기던 오필리아와 외계 생명체는 점차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둥지 공동체'로 나아가면서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움과 혐오가 아닌 오직 사랑뿐 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무쓸모한 인간'이라는 기준은 소멸하는데 독자들은 오필리아를 통해 받아든 인간과 비인간의 기준은 무엇인지, 정상과 비정상, 권리와 자격은 누가 정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게 된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