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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55㎏급 금메달의 주인공 하이딜린 디아스(30). 필리핀이 올림픽에 참가한 1924년 이후 97년 만에 탄생한 첫 금메달 영웅이다. 키 150㎝ 단신으로, 자신 몸무게보다 4배 이상 무거운 바벨을 드는 괴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전지훈련 중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였고, 체육관이 문을 닫자 물병을 매달아 연습하던 모습이 공개돼 감동을 줬다. 반정부 인사로 블랙 리스트에 오르면서 후원사도 없이 고난의 시간을 버텨냈다. 디아스는 "당시는 힘들었지만, 신이 준 역경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믿는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는 필리핀인이기에 해낼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그가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북한 여자 역도선수 림정심이 오버랩(overlap) 됐다. 자타공인 여자 76㎏급 세계 최강이다. 2012년 런던 69㎏급,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7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역도연맹(IWF)이 체급을 재편한 뒤에도 동급 최강자로 인정받는 슈퍼스타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0순위로 평가됐으나 북한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3연패 꿈을 접어야 했다.

북한은 전통적 강세 종목인 역도·레슬링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했다. 미국 데이터회사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예상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금 2, 은 3, 동 2개를, 2012 런던올림픽에선 금 4, 동 2개를 획득했다. 5번째 올림픽 메달을 노리던 여자 탁구 김송이, 레슬링 박영미, 유도 김진아, 사격 김성국도 도전을 멈췄다. 아시아의 강자 여자축구팀 선수들도 볼 수 없다.

도쿄올림픽 불참국은 북한과 사모아뿐이다. 금지약물 파문으로 출전자격이 박탈된 러시아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소속이란 편법을 써가며 자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코로나가 불참 이유라지만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이란 분석이다.

북한 선수들에 올림픽 입상은 명예와 부를 얻을 기회이기에 허탈감이 클 것이다. 4년 주기라 때를 놓치면 전성기가 지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한다. 가혹한 시련이고, 딱한 처지다. 인민들도 올림픽 중계를 접하기 힘들 게다. '스포츠와 문화를 사랑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은 누구인가.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진 북한 선수들이 눈에 밟힌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