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세론 생각보다 강해 '기울어진 운동장' 표현도
흔히 말하는 선수들 캠프 집결… 지지율 따라 '부익부 빈익빈'
게임 시작도 전에 줄서기 만연해지자 경선 분위기 반대로
1등 주자 지키는 것 중요하지만 2·3등 후보 지키는 것도 중요
흔히 말하는 선수들 캠프 집결… 지지율 따라 '부익부 빈익빈'
게임 시작도 전에 줄서기 만연해지자 경선 분위기 반대로
1등 주자 지키는 것 중요하지만 2·3등 후보 지키는 것도 중요
불볕더위가 한풀 꺾인 한 주였습니다. 지난주 찜통이 따로 없었는데 이번 주는 그래도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게 더위가 한풀 꺾이는 모습입니다. 아직 말복이 남았지만, 보름 정도 더 참으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네요.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이 여름 날씨만큼 뜨거운데 오늘은 야당가의 기류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자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좀 답답하기도 하고 기자들이 잘 하는 '훈수질' 한번 하겠습니다.
야권은 다크호스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어제는 고향 진해를 시작으로 윤석열 추격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죠. 반면 윤석열 후보는 하계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 합류하면 경선 버스는 정시 출발이 가능해 보입니다. 안 대표와의 합당 문제는 워낙 고차방정식이라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국민의힘 내에 흐르고 있는 윤석열 대세론에 관해 얘기할까 합니다.
여론조사 1위인 윤석열에 쏠리는 대세론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한 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윤석열 캠프에는 무림의 고수들이 다 모이고 있지만, 다른 후보 캠프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쏠림이 너무 심해 전략적 판단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민주당과 달리 야권 레이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기존 홍준표·유승민·원희룡·김태호 등 10여 명의 주자가 이제 몸풀기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나 당 내부 조직은 물론 언론과 여론은 윤·최 양강 체제로 눈이 돌아가면서 경쟁하는 다른 후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김빠지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강 후보라는 윤·최 간에도 양극화가 극심합니다.
윤석열 캠프에는 흔히 말하는 '선수'들이 집결하고 있으나, 다른 캠프는 사람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지지율에 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변변한 대선 주자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었던 정당인데…
윤석열 예비후보가 여론조사 1위로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 너도나도 몰리는 것이 윤석열 현상입니다. 현직을 던지면서 자원봉사로 미래를 위해 '배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관전자 처지에서 볼 때 정권교체 지수가 높은 데다 유력한 주자이니, 인생 기회를 걸만하다고 봅니다. 기업이 돈 되는 좋은 기술을 쫓아 '선입지'하는 것처럼 미리 선점해 있다 보면 출세도 하는 게 세상 이치이겠지요.
그러나 그간 야당으로 있으면서 투쟁성도 확장성도 없이 '자강'하지 못하고 있다가 유력한 후보의 인맥이나 줄을 타고 또 다른 '이너 서클'을 만들어 당을 접수하려는 모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여당 대표가 오죽했으면 '불임 정당' 소리까지 했을까요.
이 대목에서 더불어민주당 초반 판세에서 독무대였던 이재명 후보의 캠프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후보 측은 경선 시작 즈음에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의 숫자를 줄이고 캠프에 들어오는 것을 자의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처음부터 대세론에 편중하게 되면 경선 흥행도 되지 않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가다 보면 본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더군요. 조직·정무 총괄하는 인사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금도 사실상 이재명의 독주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난전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세가 바뀔까요?
지금이야 명낙(이재명 대 이낙연)대전이란 말이 나오고 긴장감도 더하지만, 컷오프를 통과한 6명이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민주당에 비춰볼 때 국민의힘 경선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지요.
게임 시작도 전에 이미 유력한 후보에게 너도나도 줄서기가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엊그제 2차 추가 인선에서는 경쟁하는 대권 후보인 홍준표 의원의 복심이었던 윤한홍 의원마저 윤석열 캠프에 들어간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홍 의원의 한 측근은 "정치 도의상 그럴 수 있느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윤 후보가 얼마 전 하루에 후원금 한도 25억 원을 다 채우다 보니 세력이 더 급속하게 쏠리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양강 체제를 이룰 것 같았지만, 윤의 대세론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지는 자꾸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선명성과 국가관, 인품으로 포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되는 사람에게 줄 서자'는 기류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이익을 쫓는 자가 많다 보니 민주당처럼 전략적 판단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치가 인품과 덕망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만, 최 후보를 내세워 잃었던 국민 신망도 찾고 윤 후보와 경쟁을 붙여 관심도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마저도 깨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선거를 좀 아는 분들은 국민의힘 하는 걸 보니, 특히 윤 후보가 '전투'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전쟁'에서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죽하면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향해 "당에서 줄 세우기 할 시간에 국민에게 다가갈 정책과 비전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섰을까요.
원 전 지사는 "그간 많은 선거를 겪어봤지만, 매일같이 당내 인물 누구누구를 영입했다고 발표하는 해괴한 짓은 처음 본다"고 버럭 화를 내기도 했지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데 노력해야 하는데 대선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힘 접수가 목표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대목이 국민의힘의 한계입니다. 그러니 대선 경선버스가 출발도 하기 전에 덜컹거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요. 당 지도부는 내부 화합을 강조하며 다양한 경선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유력 대권주자들의 무더기 불참으로 시작부터 빛이 바랬습니다. 아마도 같이 모이는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후보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쫓아가는 것도 좋지만, 바보처럼 꽃밭을 가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했더군요.
퇴직한 보수 정당의 한 당직자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최근 윤석열 대세에 편승하는 당내 기류를 의식해 한마디 한 것으로 보입니다.
1등 주자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선 흥행을 위해 2등, 3등 후보를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이심전심'이라고 당내에서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조직에도 품격이 있어야 하는데. 윤석열 캠프는 원희룡 전 지사가 얘기한 것처럼 국민의힘을 접수하려는 듯, 사람 인선에 오류가 많다고들 하네요. 사람과 조직의 문제는 고차 방정식이어서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현자는 이럴 때 한마디 하지요. "이익을 쫓는 조직은 위기가 오면 금세 바람이 빠진다"고 말입니다. 며칠 전 입당한 장성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에 입당한 자리에서 지지율 1위인 윤 예비후보를 겨냥해 "반사적 이득으로 얻은 지지율은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대선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조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기보다는 경쟁을 통한 그랜드 플랜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대선은 민주당이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