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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조폭이 지나가던 행인이 째려본다고 마구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혀 경찰에 입건되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이건 찍어야 돼"하면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린다. 8등신 미인이 해수욕장에서 찍은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올린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커플의 여자 친구가 먼저 남자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위의 각기 다른 장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변호사 남편과 미술 전공 부인의 부부싸움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조목조목 따져가며 증거와 데이터를 들이대는 남편의 백전백승으로 끝난다. 그러나 마누라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면 부인의 승리로 돌변하게 된다. "울지마 내가 잘못했어"라는 남편의 항복은 논리고 나발이고 없다. 지금은 이성보다 감성 우위의 시대이고 내적 생각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주체 의식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싫으면 하지 않고 좋으면 눈치 안 보고 시행한다.

인간은 주인이 되기 위해 인정투쟁(認定鬪爭-헤겔)을 벌이는 존재이다. 피 튀기는 인정 투쟁에서 지게 되면 노예가 된다. 조폭을 째려보았다는 것은 너를 내 노예로 만들겠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시장은 기업이 고객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인정투쟁을 벌이는 곳이다. 주체적인 삶의 기본은 자유이다. 주인은 자유가 있지만, 노예는 자유가 없다. 예전에는 밝히기를 꺼렸던 개인적인 신변잡기를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서슴없이 밖으로 쏟아낸다. 인간은 인정받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드러내려는(外化) 속성이 있다. 

 

얼마전 美상장 쿠팡 기업 가치는
신세계·롯데유통 합친 것보다 높다


기업가(起業家(○), 企業家(×))는 무엇으로 자신을 외화(外化-자기 본질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 또는 현상(現象)하는 것)한다고 생각하면 좋을까? 베토벤은 운명 교향곡이나 황제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 상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이나 천지창조 그리고 피에타상으로,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로 자신을 드러냈다. 장미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겨우내 잠을 자고 있다가 봄이 되면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지면서 다시 동면에 들어가는 전 과정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반도체와 갤럭시 제품으로 삼성그룹이라는 기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냈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폰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짧은 인생을 마무리했다.

기업가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기업과 제품(또는 서비스)을 통해 드러낸다. 기업은 제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며 기업가는 기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사람이 기업가는 제품만을 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가는 기업과 제품 두 가지를 파는 사람이다. 주주에게는 기업(주식)을 파는 것이고 고객에게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파는 것이므로 제품 가치와 기업가치를 모두 올려야 된다는 생각을 반드시 해야 한다.

기업가는 인생 철학과 삶의 미션을
제품을 통해 외화하기 때문
포스트코로나엔 예전으로 돌아갈 듯


얼마 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쿠팡은 신세계 유통그룹이나 롯데 유통그룹과 비교할 때 상품이나 제품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는지 모르지만, 기업가치는 신세계와 롯데를 합친 것보다 훨씬 높다. 네이버나 카카오 시가총액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합친 금액과 비슷하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계열을 합친 것보다는 월등히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의 성장성을 볼 때 신통치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뿐이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 능력이나 개혁 의지가 없고 현재에 안주하는 경영자들을 평가하면 도저히 좋은 값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인생철학과 삶의 미션을, 제품을 통해 외화한다. 제품 로드맵은 그래서 엄청나게 중요하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지만, 피와 뼈와 살을 부딪치며 자기를 드러내는 속성을 몰라서 하는 얘기이다. 메타버스로 미슐랭 식당 스테이크를 온라인으로 아무리 보아도 배는 부르지 않는다. 코로나 전으로 돌아간다고 본다. 자기를 드러내는 과정의 이해가 제품 로드맵에 직결됨을 강조하다 보니 장황하게 되었다. 다음 회에는 제품 로드맵 구축의 좀 더 기술적이고 구체적인 사항을 다루도록 하겠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