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조봉암 58주기 추모식에 화환을 보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제헌 국회의원과 제2대 국회의원, 초대 농림부 장관, 제2대 국회 부의장, 제2대와 제3대 대통령 후보였던 조봉암 선생이 '사법살인'을 당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예우를 갖춘 것으로 그 의미가 컸다.
1959년 7월31일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간첩죄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한 조봉암 선생은 52년 만인 2011년 1월 재심을 진행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사면 복권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죽산을 독립과 건국 유공자로 추서해 진정한 의미에서 명예를 회복하려는 논의에는 진전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화환은 그래서 더 기대가 컸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봉암 선생에게 처음으로 화환을 보내고 보름 뒤인 2017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한민국 보훈의 기틀을 완전히 새롭게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조차 선생의 서훈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유족들은 2019년부터 서훈 신청을 포기했다. 지난해부터는 대통령 화환이 죽산 추모식에 오지 않고 있다. 독립운동가로서 정치가로서 공적이 뚜렷한 조봉암 선생이 석연치 않은 근거로 친일 행적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는 1945년 8월15일 해방일에도 감방에 있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인 올해에는 죽산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할까? 온통 '서훈'이 아닌 '특사' 얘기만 가득하다. 대통령의 화환은 임기 초반 그저 돋보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겉치레에 불과했을까. 대통령은 그새 조봉암을 잊은 걸까?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