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사회면 맨 끝 하단에는 거의 매일 누군가의 죽음이 실립니다. 대부분 3개 문장으로 끝나는 '단신'이라 더 서글픕니다. 그 죽음 가운데는 산업현장서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이를 '산업재해'라고 부르지요.
경인일보는 매일 경인지역의 산업재해를 보도합니다. 우리는 그 죽음을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해 지역별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 사고재해자 수는 2만4천930명. 전국의 27%에 달합니다. 이 중에서도 전국의 26.6%, 235명이 경기도 산업현장서 사망했습니다. 산재 사망자 4명 중 1명꼴입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3년간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기도 내 산업재해 사고는 422건에 달했습니다.
재해조사의견서는 업무상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노동력을 상실한 피재자들의 산업재해 경위와 원인, 대책을 조사해 기록한 공문서인 만큼 산재사고의 민낯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경기도 산재 사망 '전국의 26.6%'
'50인 이하 사업장 추락사고' 특징
대부분 안전장치 없거나 부실 원인
이를 통해 경기도 산업재해를 분석해보니 사고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떨어짐(추락)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다'는 것입니다.
기사 속에는 실제 사례로 여러 피재자(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안전장치가 없거나 부실해 사고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직접 원인은 추락이지만, 근본 원인은 공사현장엔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추락할 위험이 있는 높이 2m 이상 장소에서는 사업자가 노동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켜 추락사고를 방지해야 하지만 중소 산업현장엔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 줄 보호장구는 없었습니다.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도록 관리당국이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늘 인력부족을 호소하며 해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1명이 맡아야 할 사업장 수가 4천350개소에 달해 실제로 감독이 이뤄진 사업장도 적습니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 1번지의 오명을 쓴 경기도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 권한을 공유하자고 주장합니다. 감독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지자체가 도와 함께 관리하자는 이야깁니다.
고용부 감독관 1명, 4350곳 맡는 실정
'지자체와 권한 공유' 회의적인 입장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지자체와 근로감독권을 공유하는 것이 국제노동기구(ILO)협약 중 '근로감독관은 회원국의 행정 관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하에 두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동계도 지자체의 근로 감독의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권한을 공유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여기에 경기도는 식품, 의약, 환경, 안전 등 다양한 영역의 수사권한을 위임받아 '특별사법경찰단'을 운용하는 것을 내세우며 '공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 차가 첨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도 경기도 산업현장의 노동자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해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길은 안전이 담보돼야 가능합니다. 우리가 그 길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경인와이드 '방치할 수 없는 비극- 산업재해'를 읽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