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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 /경인일보 DB
 

가족의 학대와 생활고 등으로 집을 나와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이 생계를 유지하거나 자립에 필요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골목 상권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도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골목상권 '타격'
1년 넘게 쉬자 '임상 시험' 몸 맡겨


인천의 한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는 A(21)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에 일하던 식당과 웨딩홀에서 나온 뒤 1년 넘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인 어머니와 함께 14살 때 우리나라에 온 A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면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돕고 있었다.

구직난을 겪은 그는 이제 휴대폰 요금조차 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A씨는 약 부작용 시험 대상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생동성 알바'(임상·생물학적동등성 아르바이트 줄임말)에 몸을 맡겼다.

A씨는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른들과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청소년쉼터에서 머물고 있는 B(18)군은 함께 살던 조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오게 된 청소년이다. B군은 영어·수학 학원에 다니고 싶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일자리 공고에는 '연령 무관'이라고 게시해 놓은 가게에 연락해봤으나, 미성년자는 채용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만 24세가 되면 청소년쉼터에서 나와야 해 돈을 모아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 너무 초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소년쉼터 24세 나와야해" 한숨
생계 어려움 속 일부는 '탈선의 길'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해 대책 필요


이렇게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중 일부는 탈선의 길로 빠지기도 한다.

인천의 다른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던 C(21)씨는 1년 전만 해도 주말마다 웨딩홀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착실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식이 줄면서 일자리를 잃은 C씨는 같은 청소년쉼터에 있던 친구의 명의로 휴대폰 6개를 개통해 소액 결제로 생활비를 쓰다 결국 경찰에 붙잡히게 됐다.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법적으로는 독립된 세대주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조차 받지 못한다. 청소년쉼터 관계자들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쉼터를 찾아온 청소년들을 위한 일자리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마재순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청소년에게 청소년 수당이나 기본 소득 등을 책정해 개별적으로 직접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하거나 청소년을 채용하는 업체에는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제도 등을 만들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엽·유진주수습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