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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창궐로 한 해 지각한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반대 시위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논란, 숨 막히는 찜통더위도 스포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 드라마의 양념이 됐다. 선수들은 땀과 눈물, 성취와 기쁨, 조국을 위한 헌신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발현했다.

대한민국은 금 6, 은 4, 동 10개로 종합순위 16위에 그쳤다. 1984년 LA 올림픽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전통적 강세 종목인 사격과 투기 종목의 퇴보가 결정적이다. 태권도는 21년만에 처음으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유도와 레슬링, 복싱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림픽 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은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다. 양궁 2관왕 김제덕, 유도 안창림(동메달), 태권도 장준(동메달) 등이다.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복무 기간인 34개월간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544시간의 의무 봉사활동 시간은 채워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상혁 선수는 도쿄올림픽 육상 높이뛰기 종목에서 4위라는 성적을 이뤄냈다. 그가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는 코로나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근대5종 4위인 정진화 선수나 한국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운 황선우 선수(수영 자유형 100m 5위)에게도 (병역 등) 혜택을 줘야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 3위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1위로 입상하면 '체육 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1973년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들을 대우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도쿄에서 수영·육상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선전했으나 입상하지 못한 선수가 잇따르자 '혜택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대가 변했는데, 잣대는 여전히 반세기 전에 머물고 있다. 빌보드 1위를 스스로 갈아치우는 방탄소년단(BTS)은 병역 혜택 대상이 아니다. 병역 특례법이 국민 정서와 충돌하면서 반감이 커지고 있다. 공정에 대한 의문에서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 기여도가 기준이라면 BTS가 0순위일 게다. 법과 현실의 간극을 메울 때가 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