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원생 학대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보육교사들과 전 원장 모두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 심리로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장애아동 통합보육반 담임 보육교사 A(33·여)씨와 주임 보육교사 B(30·여)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한 나머지 보육교사 4명에 대해선 징역 1년~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해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보육교사로 경력이 많음에도 아동학대를 했고, 이들의 훈육 태도가 다른 보육교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나머지 보육교사 4명에 대해선 "보육교사 경력이 비교적 짧고, A씨 등의 영향을 받은 점도 있지만 짧은 기간 많은 학대를 했다"고 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30일부터 12월28일까지 해당 어린이집에서 장애아동 5명을 포함한 1∼6살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모두 260여 차례 폭행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 보육교사들의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한 전 원장 C(46·여)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C씨는 검찰 구형 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혐의를 다시 한 번 부인했다. 그는 "어린이집 책임자로서 아동학대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지만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 행위를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보육교사에게 아동학대와 관련해 보고받거나 직접 목격했고, 부모의 의심 항의를 수차례 받았지만 조치하지 않았음에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사건 발생 이후 교사들에게 진술을 맞추자고 제안하는 등 정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C씨의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9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교사와 전 원장의 엄벌을 재판부에 요구하고 있다. 2021.8.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결심 공판이 끝난 후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재판부에 보육교사와 전 원장의 엄벌을 탄원했다.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우리 장애 아동들에게 하루하루는 황금 같은 시간과도 같다"며 "반복적인 학습과 생활 습관을 배워야 할 중요한 시간에 무서운 학대로 지우지 못할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심리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재판 진행 과정에서 공소사실은 인정하되 상습이 아닌 훈육이었다며 아직도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교사들과 이들의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원장도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