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직(職)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자당 경쟁자도 공정한 경선을 위해 마땅히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지사라는 프리미엄에 도민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거다. 이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지사냐, 대선 후보냐 택하라면 지사의 길을 가겠단다.
이재명의 '경기지사직' 두고 정치권이 시끌
아직은 성을 나와 대적할때 아니라고 판단
국민의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후보 등록과 함께 사퇴했다. "도정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제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다"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깨끗하게 사퇴하는 것이 덜도 더도 아닌 나의 양심이자 공직윤리'라며.
이 지사는 반대 행보다. 성문을 잠근 방어망이 견고하다. 국지 도발은 신경 쓰지 않겠다며 근력을 키운다. 가끔 말싸움에 끼어들다 이제는 응하지 않겠다며 귀를 닫았다. 구설에 휘말리거나 헛발질하는 우를 피하겠다는 심산에서다. 공격자들 예봉은 무뎌지고, 맥이 빠진다.
이재명은 전국 최대 광역단체장에 지지율 1위 여당후보다. 경쟁자들은 공정하지 않다며 둘 중 하나를 내려놓으라 윽박지른다. 지사 찬스네 보험이네, 여론을 들쑤시며 유인책을 펼친다. 내 길 가겠다니 더 아우성이다. 적들 뜻대로 선선히 칼을 버리는 건 바보짓 아닌가.
여당 맨 앞자리 후보가 밖으로 나돌 까닭이 없다. 1천300만 넘는 도민을 품을 수 있는 유리한 형세다. 전국 유권자의 20%를 넘는다.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도민 모두에게 주자고 하니 전국이 들썩인다. 이슈를 선점할 호기다. 델타 변이로 방역상황이 엄중한 마당에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건 무책임하다. 직을 던져선 아니 되는 명분이 자명하다. 이런데도 무장을 해제하고 백병전을 벌이자니 가당치도 않다.
혼자만 쌍칼… 두개의 칼 보검인지는 몰라
출정 순간까지 민생 챙긴다는 진심이 관건
큰 정치는 민심을 얻어 나라를 경영하는 일이다. 표심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 때론 불법이라도 질러야 하는 게 선거전이다. 지사직을 두고 도덕에 양심, 명분 운운하는 건 억지를 부리자는 생떼에 다름없다. 90일 전까지 법적 문제가 없다. 목소리를 높이는 후보자라도 역지사지라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대선후보는 12월9일 전 직을 버려야 한다. 여당후보가 되면 10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직은 성을 나와 적군과 상대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일 거다. 예상을 깨고 후보 결정 이전이라도 직을 던질 순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거나 돌발 변수로 위기가 닥친다면 말이다.
지사직 논쟁은 정치 공세다. 전장(戰場)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마련이다. 대선은 권력을 좇아 이합집산하고, 온갖 권모술수, 추잡한 뒷거래, 흑색선전, 선동이 난무하는 사생결단의 집합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감춰야 한다. 혼자만 쌍칼을 휘두른다고 비난할 수 없다. 없는 무기도 만들어야 하는 게 선거판이다.
그런데, 두 개의 칼이 보검인지는 알 수가 없다. 출정의 순간까지 도민을 보듬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이 지사의 진심이 관건일 게다. 진정성에 금이 가고, 의문이 커진다면 그때는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모른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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