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여름

■감독:김종재


■출연:김예은(현실), 곽민규(민구), 오규철(남희) 


■개봉일:8월 12일 


■드라마 / 82분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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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 청춘들의 현실 고민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영화가 개봉했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컬러풀한 기행을 담은 작품이다.

곧 서른 살이 되는 시인 지망생 '현실'은 2030 세대의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반영 캐릭터로, 지금의 청년 세대는 한국사회에서 이전의 어느 세대하고 비교해도 가장 힘든 상황에 놓인 세대라고 단언해도 무방할 만큼, 고용불안과 상대적 빈곤, 게다가 코로나19의 우울에까지 시달리며 고단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만 영화는 2030 청년 세대의 불안한 미래를 어둡게 그려낸 다른 영화들과 달리 통통 튀는 감성을 통해 청년 세대를 위로한다.

영화 속 주인공 '현실'은 자신을 괴롭히는 여러 문제 속에 파묻혀 마냥 무기력하게 퍼져 있기보다 알바하는 카페, 뒷산, 술집 등을 부산스럽게 돌아다닌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현실' 캐릭터의 에너지가 관람객들에게 자연스레 전해지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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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영화는 엔딩을 향해 가는 하나의 스토리텔링보다 극 중의 한여름을 채우는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개별 캐릭터 라이징이 돋보이는 캐릭터 무비를 보여준다. 주조연을 맡은 다섯 명의 배우들은 각자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현실의 찐 케미 앙상블로 최고의 시너지를 선보인다.

시인 지망생의 영감 얻어가는 기행 담아
청년세대 불안, 통통 튀는 감성으로 달래
'사랑받는 작가' 황인찬 詩 5편 영상으로


이와 함께 영화는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젊은 작가 황인찬 시인의 대표 시 5편을 그대로 영화 속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성의 영화를 완성했다.

시가 가지는 한계는 언어의 함축으로 인해 상황이나 이야기의 묘사가 제한적이지만 시에서 착상된 이야기가 영상으로 보여짐으로써 영화 장르에서 느끼기 힘든 문자 언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선 시의 여백의 미를 독자가 상상력으로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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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각의 여름' 속 시인 지망생 '현실'은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다. '현실'은 시 쓰기가 잘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지만 결국에는 시를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김종재 감독 역시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괴로움을 겪지만 결국 영화를 찍으려고 하고, 찍고야 만다. '현실'에게 시는 감독에게 영화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사진/인디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