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용어를 세계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대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미국 주류 언론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몰아붙였다. 반면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힐러리를 비방하는 가짜 뉴스를 쏟아냈고, 트럼프는 '엄지 척'으로 호응했다. SNS 등장 이후 촉발된 '공론장 오염' 현상은 이제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방송·인터넷 언론사 등 전통·정통 미디어가 진실을 놓고 경쟁하는 공론장을,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가 위협하고 있다. 공론의 영역에서는 북한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이, 일부 유튜버의 좌초설로 SNS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하소연한 것도, 공론장 바깥의 가짜 뉴스에 받은 상처 때문일테다.
대선 정국이 한창인 가운데 SNS 가짜 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유튜브 언론을 통해 전파된 '쥴리'는 실체 없이 벽화와 노래로 회자된다. 당사자에게 물어볼 일을 치매 걸린 어머니를 찾아간 유튜브 채널도 있다. 이재명은 '덕담'을 '지역감정'으로 왜곡했다며 앙앙불락이고, 이낙연은 '노무현 탄핵 반대'를 '노무현 탄핵'으로 변질시켰다며 분노한다. SNS엔 출처 불명의 파일과 동영상, 사진이 쏟아지고, 자의적 댓글이 난무한다.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여론은 주장과 의혹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의 당연한 의무인 사실 확인의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전통 언론의 공론장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팩트체크 캠페인에 나선 배경이다. 언론 윤리에 복무하는 전통 언론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가짜 뉴스를 걸러내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난데없이 전통 언론의 가짜 뉴스를 막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핵심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을 밀어붙인다. 가짜 뉴스의 근원인 유사 언론을 놓아둔 채, 전통 언론의 가짜 뉴스 가능성을 처벌한다니 선후가 바뀌었다.
언론의 비판을 차단하고 억누르는 권력은 타락한다. 각계각층이 반대하고 궐기했다. 민주주의 상식의 건재가 다행스럽다. 사면초가다. 민주당은 이쯤에서 퇴로를 찾아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