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12일 오후 2시 수원시 팔달구 한독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원불교 경인교구 사무국장 김동주 교무의 염불이 이어졌다.
장례 대상자는 이모(56) 영가(원불교에서 고인을 칭하는 말).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그는 지난 7일 오후 6시49분께 수원역 인근의 한 낡은 여관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연고자를 찾았지만 연고자는 '모른다'며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이씨의 부모마저 먼저 영면하고 난 뒤라 사실상 그의 장례를 치러줄 이는 없었다.
4개 종교와 무연고 사망자 등 지원
숨진 채 발견 기초생활수급자 이씨
3분기 담당한 원불교 예식속 영면
수원시는 이씨를 첫 공영장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시 공영장례는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종교단체와 협력해 무연고 사망자,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걸 말한다. 지난달 22일엔 수원시 기독교연합회·수원시 불교연합회·천주교 수원교구·원불교 경인교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장례는 3분기 담당자인 원불교가 맡았다. 이씨의 종교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종교를 알아내면 그 종교에 맞는 장례를 치르지만, 알지 못하는 경우 4개 종교가 각 분기별로 담당하게 된다.
첫 공영장례는 소박했지만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 교무가 경종을 울리며 장례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입정·심고·천도법문 낭독·독경·염불 등 장례예식이 30여분간 이어졌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정용길 시 위생정책과장과 장묘문화팀 직원 2명이 함께 했다.
짧지만, 엄숙했던 예식이 끝나자 김 교무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김 교무는 "모든 이를 부처로 대하라는 원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마음으로 명복을 빌었다"며 "부디 해탈 천도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예식에 참여한 시 관계자도 "살아있을 때의 가난과 고독이 죽음 후에도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가 고인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문화가 널리 확산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씨의 발인은 13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수원 승화원이다.
한편 수원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종교단체와 협력해 공영장례를 치르고 있다. 시는 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영정사진·향·초·국화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원하고, 종교계는 추모의식을 주관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