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연패가 목표였지만 경기는 무기력했다. 감독의 리더십도, 선수들의 투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4위지만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여자배구와 대조된다. 반면에 일본 야구계는 축제 분위기다.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야구종주국인 미국을 2-0으로 완봉했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일본도 올림픽 기간 중에 프로야구를 중단했다. 뉴욕 양키스에서 활동하다가 라쿠텐(樂天) 골든이글스로 복귀한 다나카 마사히로 선수까지 차출했다. 올림픽에 임하는 개최국의 각오를 잘 보여준 것이다. 우리 역시 프로리그를 중단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도쿄올림픽 4위… 수준 많이 낮아져
프로구단 증가로 선수층 얇아지고
능력비해 많은 보수 일탈 원인 지적
문제는 올림픽 이전부터 발생했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외부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술자리를 함께했다. 그 자리에 대표선수도 있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무관중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과거에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逸脫) 행동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음주운전, 도박, 승부조작 등등. 그러나 선수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선수들은 본인들만 '재수없게' 걸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KBO와 구단은 해당 선수들을 신속하게 징계했다.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결과론이지만 감독의 리더십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올림픽 우승 감독은 '운(運)'이 다했고 새 시대와 맞지 않는 듯하다. 아마선수들을 완전히 배제했고, 군미필자도 크게 배려하지 않았다. 검증된 베테랑 선수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승리를 목표로 한 셈이다. 그러나 패전 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금메달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고 하여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선수선발과 감독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문제는 없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 야구의 수준을 냉정하게 고려하면 4위도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참가국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의 질적 수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졌다. 무엇보다 구단 수가 증가한 것이 큰 이유다. 8개 팀 체제라면 현재 선수 다섯 명 중 한 명은 프로선수로 활동할 수 없다. 그에 더하여 경기 수도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1년에 144게임을 치른다. 미국은 162게임, 일본은 143게임이다. 눈앞의 입장료와 중계권 수입만 생각하는 야구인들의 짧은 안목이 만들어낸 일이다.
선수층은 얇은데 게임 수는 많아지니 외국인과 스타급 선수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모든 팀의 주축 선발 투수와 중심타자는 외국인 몫이다. 기량이 검증된 FA선수는 100억원대 고액 계약이 이루어진다. 보통 이상의 실력이면 연봉 3억원을 가볍게 넘는다. 덩달아 모든 선수의 연봉이 상승했다. 능력에 비해 과도한 보수가 선수들의 일탈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제 선수들은 고급술을 마신다. 외제차는 일상화되었다. 물론 기량이 뒷받침된다면 선수들의 높은 연봉을 탓할 수는 없다.
동네야구로 그들만의 리그 머물지
환골탈태 거듭날 것인지 고민할때
가장 큰 문제는 경기 수준의 저하다. 볼넷이 남발되고 실책이 속출한다. 경기는 늘어진다. 끝내기 패스트볼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허망하게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경기를 압도하는 에이스급 투수는 미국으로 갔다.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4할 타율에 도전하는 선수도 등장하게 된다. 마치 고등학교 야구를 보는 듯하다.
거품은 터지게 되어 있다. 낮은 수준의 경기력은 팬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선수들의 일탈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베이징 올림픽의 금메달로 야구의 인기가 상승했고, 그로 인해 구단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 국내용의 동네야구로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환골탈태하여 거듭날 것인가. 야구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