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최창렬_-_경인칼럼.jpg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민주화 이후 공공 부문과 국가 기구의 공직은 물론 각 부처의 정책결정에 전문가 그룹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자문그룹과 위원회 등이 많아져서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여야 정당 추천 정무직 공직도 증가하여 집권당이 아니더라도 야당과 네트워크가 있으면 언제든 공직에 편입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인력 충원 구조는 인재를 다양하게 중용하여 시민사회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직 진출을 의식하여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에 유리한 편향된 발언과 의도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인사들이 고위직 공공 부문에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일상적으로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뿐만이 아니라 정치참여가 일부 엘리트 그룹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권력추구는 현실정치의 동력이지만 한국정치가 엘리트 그룹 간 공직을 얻는 기회의 장으로 인식된다면 정치의 본령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다양한 출신들 대선 경선 캠프 속속 진입
상식 넘는 정치적 수사들·네거티브 생산


내년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여야 주자들의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전문가와 전임 정부 인사 등 다양한 출신의 인사들이 경선 캠프에 진입하고 있다. 5년 주기로 나타나는 일이어서 낯선 현상은 아니지만, 여야 대선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유난히 캠프 정치가 전면에 노출되는 양상이다.

대선 경선에서 과격하고 상식을 넘는 정치적 수사와 네거티브는 대선 주자보다 캠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 후보의 과거 행적과 일회성 발언을 공방의 소재로 삼으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캠프에 소속된 다양한 층위의 인사들은 캠프 내에서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말을 쏟아낸다. 특히 다음 총선의 공천을 의식하는 인물들은 후보의 경쟁력보다 자신의 인지도를 의식하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

여야 경쟁은 물론 같은 정당 내의 후보들 사이에서 검증을 빌미로 상대의 흠결을 부각시키고 이미 지난 이슈를 소환하는 것은 후보를 부각시킬 정책 의제나 미래 이슈를 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캠프의 관료화와 비대화가 세 과시나 줄서기로 이어지면서 정책 부재와 대결의 정치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구조다.

세과시, 정책 부재·대결정치 상승 작용만
공직 진출 수단·흑색선전 조직화 막아야


정파나 세력 간의 권력투쟁이 사회경제적 노선과 정책의 차이에 기반하지 않고 주로 공직을 차지하기 위한 전·현직 엘리트 간의 거대한 경쟁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주요 분야 의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갈등을 좁혀가기 위한 토론은 찾기 어렵다. 미래 의제와 현재의 이슈를 다뤄야 할 선거가 정치 종사자들의 공직 경쟁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네거티브와 반정치적 언어들이 재생산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선거정치에서 공직추구와 권력투쟁은 정치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정책과 노선의 차이에 입각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시민사회의 갈등이 제도권에 투영되고 갈등 축이 드러나는 구조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이러한 경향이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면서 실제 민주주의의 내용과 과정이 빈약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여야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네거티브에 대한 자제를 약속한다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의 유권자 선택의 몫이지만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민주주의에서 선거정치가 갖는 의미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선거캠프가 공직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네거티브 경쟁을 조직화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정치 관행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본 경선에 진입하기도 전에 현직 국회의원들이 후보 캠프로 분화하는 현상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의 도리가 아니다. 가치와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투쟁만이 실질적 선거정치를 복원시킬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