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5
사진은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생후 3개월 된 딸을 역류 방지 쿠션 위에 엎드려 놓아 숨지게 한 20대 친부(6월23일자 6면 보도=생후 3개월 딸 엎드려 놓아 숨져… 학대치사 20대 아빠 검찰에 송치)가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호성호) 심리로 18일 열린 첫 재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의 변호인은 "역류 방지 쿠션에 아이를 엎어 놓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아이가 스스로 엎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부인했었다. 


아동학대 치사 등 혐의 첫 재판
"스스로 엎어질 것을 생각 못해"


A씨는 딸이 사망하기 한 달 전 딸에게 공갈 젖꼭지를 물리고 테이프로 고정한 행위에 대해선 인정했으나, 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사는 "공갈 젖꼭지를 물리고, 테이프를 고정하면 (B양이) 잠을 잘 잤다"며 "세게 붙인 게 아니라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 뗄 수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B양을) 위험한 상태에 뒀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월24일 오전 11시께 자택에서 생후 105일 된 딸 B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양 시신 부검을 의뢰해 호흡 곤란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받고, 현장 감식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A씨가 B양을 역류 방지 쿠션 위에 엎드려 놓아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역류 방지 쿠션은 신생아의 음식물 섭취 후 음식 역류 현상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아동용품이다. 경사면이 있기 때문에 보통 수유 후 일정 시간 동안 신생아를 눕혀놓는 용도로 쓰인다.

공갈 젖꼭지 테이프 고정은 인정
"세게 안 붙여 위험한 상태 아냐"


경찰은 A씨와 그의 아내가 평소 B양의 양육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를 적용했다. A씨 아내도 이날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공소 사실을 설명하면서 "A씨가 아동을 역류 방지 쿠션에 두고 게임을 하거나 야구를 봤다"며 "피해 아동의 얼굴이 (역류 방지 쿠션에) 파묻히도록 했고, 질식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 부부가 아동을 양육하기 부적절한 환경에서 딸을 홀로 남겨두고 수 시간 외출한 점 등을 토대로 4차례에 걸쳐 아동을 방임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집안 내부에 음식물 쓰레기와 먹다 남은 분유 등 각종 쓰레기가 있어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등 방임했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