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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마음에 품은 뜻이 있고 그 뜻을 전달하는 데 말로 하거나 글을 써서 한다. 결국 마음의 뜻을 표현하는데 말과 글을 써서 하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의사소통체계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사소통에는 각종 오해와 굴절이 늘 따라다닌다. 남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하는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종종 상호소통에 있어 굴절을 경험한다. 더구나 진리를 체험한 성인이 자신이 전달하려는 뜻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매체로 말과 글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하였다. "글로는 말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소통에 있어서 뜻을 전달하는데 말이 그나마 온전하지만 여전히 뜻을 다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복희씨는 팔괘라는 부호이자 상징을 그 소통의 매체로 택했다. 의사표현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통합적 모습에 대한 통찰은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의사표현이 추상적이면 추상적일수록 구체적 연관성은 멀어질 수 있다. 사실 상징과 말이나 글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상징을 주장하는 의도는 구체적 현실을 해석하는데 있어 우리가 말이나 글로는 놓칠 수 있는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나 융도 환자든 상담하러 온 사람이든 그의 꿈 이야기를 중시한 것이다. 두뇌가 말과 글에 막혀 회로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가끔 상징의 세계로 마음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있는지가 보이기도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