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라도 제대로 받다가 죽었으면 억울 하지라도 않을 텐데…."
이달 9일 인천 연수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숨진 A(58·여)씨의 남편 B씨는 "멀쩡했던 아내를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 지 8일 만에 잃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경인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멀쩡했던 아내 입소 8일만에…"
가족들에 아프다는 말 자주해
A씨는 앞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연수구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그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이후 가족들에게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한다. B씨는 "아내가 통화할 힘도 없다는 말을 자주 했고, SNS 메신저에서도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가 확인한 생활치료센터의 의료 기록을 보면 A씨는 5일 처음으로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이후 2차례 검사에서도 폐렴 소견을 보였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선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그는 "코로나19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폐렴 진단을 받았는데도 병원에서는 항생제만 투여했다고 한다"며 "당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모자라지도 않았는데, 왜 일반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환자에 치명적인 폐렴인데도
항생제만 투여… '전원' 논란
임호근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치료센터확충반장은 17일 브리핑에서 A씨가 의료기관으로 제때 이송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전원 조치가 적절한 시점이었는지 여부는 임상적인 판단 영역이라 조사 과정을 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A씨가 숨지기 전날인 8일 오후 11시41분께 생활치료센터 직원이 그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날 오전 4시58분께 A씨와 방을 함께 쓰던 환자의 연락을 받고 센터 관계자가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당연히 무슨 일이 있는지 가서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그때가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을 놓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통화 못한 다음날 사망 확인
"사실상 골든타임 놓쳐" 울분
이어 "병원에서는 아내의 사망 시각이 4시58분이라고 하지만, 밤사이 벌어진 일이어서 가족들은 정확한 사망 시각조차 모른다"며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해 억장이 무너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B씨는 센터에 의료진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A씨가 머물던 생활치료센터는 의사 1명과 방사선사 1명, 간호사 14명 등 의료진 16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A씨가 숨질 당시에는 의사는 없었고, 간호사 2명이 일하고 있었다.
가족들 "의료진 부족 탓" 주장
인천시 "질병청, 운영 개선중"
B씨는 "아내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당시만 해도 치료만 잘 받으면 금방 퇴소할 줄 알았다"며 "정부의 말만 믿고 생활치료센터에 보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어 "하루에도 2천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만큼 앞으로도 똑같은 경우가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의료진 수급이 어렵다 보니,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이 부족했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점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