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옥길지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의 원인이 하수관 파손으로 밝혀지면서 부실시공 의혹(8월5일자 8면 보도=부천 옥길동 대형싱크홀 원인은 하수관 파손…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하수관이 지구 조성 당시 설계도와 다른 관로가 설치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옥길지구의 사업시행을 맡았던 만큼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19일 부천시와 LH에 따르면 LH가 시행을 맡아 2016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옥길지구의 한 도로에서 지난달 지름 2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달 26일부터 긴급복구 작업에 나선 시는 이달 초 하수관이 파손되면서 싱크홀이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지점 인근 점검 파형강관 발견
관계자 "비용 절감하려 사용한 듯"
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지점 주변에 있는 하수관에 대해서도 추가 점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옥길지구 내 하수관 설계도와 다른 관로가 설치된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 실제 설계도에는 해당 구간에 유황 폴리머관으로 시공됐어야 하는데 파형강관이 설치돼 있었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LH는 이달 13일부터 유황 폴리머관이 설치된 전 구간(1.7㎞)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애초 LH가 하수관 시공 과정에서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했다면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부실관리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에서 발주하고 관리·감독까지 하는 택지지구에서 설계도와 다른 하수관이 설치돼 있다는 게 기가 찰 노릇"이라며 "이는 명백한 부실시공이다. 시공업체가 아마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적합한 관로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전면 교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공과정서 관리미흡 책임지적에
LH "과실 인정… 대책마련할 것"
시 관계자는 "파손된 하수관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주변에 있는 관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설계도와 다른 관로가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LH에 전수조사를 요청했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재시공 요청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H는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뤄졌음을 인정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다른 관로가 설치된 것과 관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한다"며 "유황 폴리머관이 시공된 지점에 대해 CCTV를 이용해 조사하고 있다. 시공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옥길지구는 총 9천357가구 규모의 신도시급 택지지구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