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다툼에는 '검증'이란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자질 검증', '도덕성 검증', '정책 검증' 등. 어떤 공세에도 '검증'을 갖다붙이고, 상대를 향한 공세를 합리화시킨다. 이후로는 국민 앞에 "나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았다. 검증을 했다"고 외친다.
서로 '죽기살기식'으로 검증을 할 때쯤 언론에 등장하는 단어는 '진흙탕'이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진흙탕'을 목격했다. 아니 목격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는 묻지 마시라. 장담컨대, 인터넷 검색창에 '대선'이란 두 글자만 입력해도, TV뉴스만 봐도 답은 금방 나온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키우는 가정집에선 TV를 켜기가 무섭다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가, 호기심 많은 아이가 "저들은 왜 저래요?"라고 물으면, 둘러댈 말이 궁색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만 해도 최근 어디서 들었는지 TV를 보다 대뜸 "아빠! 저 사람들은 대인배야? 소인배야?"라고 묻는 통에 곤혹스런 경험을 해야 했다.
분명 여야 대선 경선 후보 개개인은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을 갖춘 '대인'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TV 속 모습만으론 '대인배(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라는 말을 선뜻 내놓을 수 없다.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약점이 보이면 바로 헐뜯고, 약점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물어뜯는 모습이 '대인배'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다른 나라라고 상황이 다르겠냐만,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참 우습고도 아쉽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차기 지도자로 선택될 대통령 후보가 '대인배'이길 바라는 것은 그저 국민의 욕심일까.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