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지자체 처음으로 4명의 아동학대 전담직원을 배치했지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지금은 그들 중 1명만 남았다.
물론 지난 7월 관련 전담팀을 신설해 현재는 8명의 인력이 업무를 하고 있지만 2021년 6월 말까지 시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가 360건임에 비추어 봤을 때 신고 50명당 1명인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15명(1년 720명)은 되어야 한다.
4명 전담 배치, 격무에 1년새 1명만 남았다
아동학대 드러난 실상은 '빙산의 일각'인데
이에 시는 보건복지부에 인력충원을 요청함과 동시에 심리상담과 대응활동비까지 지원해 나갈 예정이지만 시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아직 벅찬 게 사실이다.
현재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실질적으로는 아동학대 조사부터 사례 종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른 과중한 업무와 왜 남의 가정사에 간섭하느냐는 식의 욕설, 협박 등 위협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사고 발생 시 비난과 처벌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큰 상황이다.
특히 아동 학대의 인과라는 것이 간단치 않고 진실 또한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내리는 결정마다 이 결정 때문에 누군가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
지난 6월 발의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형사 책임을 덜어주자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 묶여있다는 소식이 매우 아쉽기만 한 이유다.
이 법안뿐만 아니라 얼마 전 경인일보에서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만 총 76건이 발의됐으나 이 중 가결된 안건은 21건(27%)에 그쳤다고 한다.
아동 학대 실상은 빙산의 일각과도 같아서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보다 수면 밑의 빙산이 훨씬 거대하다. 그동안 영훈이 남매부터 원영이, 서현이, 정인이까지 수많은 시민이 수많은 학대 피해 아이들을 호명하고 정치권은 이에 대한 답을 해왔지만 과연 제대로 된 답을 내놓고 있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기존 여아쉼터 한 곳에 더해 8월에 남아쉼터 추가 개소를 앞두고 있는 성남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인근 광주시, 하남시 등까지 이용하기에 아직 충분치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올해 기준으로 76개소에 불과하며 피해아동 사례 중 82%가 원가정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가해자 곁으로 다시 돌아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리가 능사라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쉼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쉼터 설치의 법적 기준 완화와 국비 지급률 확대가 시급하다. 현재 쉼터 설치를 위해서는 전용면적과 방 개수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1억3천여만원 수준인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수도권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 불가능하다.
덧붙이자면 아동학대 가해자를 공동체 속 '우리'가 아닌 '그들'로 타자화해 손가락질하고 분노를 쏟아내는 건 쉽다. 하지만 과연 가정 내 문제에 방관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아동 학대를 배양하는 토양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어른이 된 나는 아이에게 어릴 적 내가 싫어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존엄한 인격체로 온전히 존중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의 고통과 죽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안전핀을 마련해가야 하는가. 아동 학대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가족 전체, 나아가 지역공동체와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폭넓은 지지와 감시가 있을 때 공공이 한층 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참 사랑옵다 우리 아이들, 아동의 안전과 보호, 권리 확대에 있어서는 최선이란 말로도 정말 부족하다. 적어도 성남에서만큼은 온 정성과 온 힘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온전히 지켜내겠다.
/은수미 성남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