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401000875300044221.jpg
최근 한솔이를 입양키로 한 전씨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앙상한 몸에 듬성듬성한 털, 적지 않은 나이, 슬개골 탈구라는 질환까지….'

최근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100번째로 입양된 강아지 한솔이(구조당시 약 5살령 추정)를 수식하는 말들은 모두 건강과 거리가 먼 표현들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해 보이지 않았던 한솔이는 그래서 다른 보호견들보다 입양 신청이 더욱더 오지 않았다. 그러던 한솔이에게 새 가족이 찾아왔다. 한솔이를 2주간 임시보호하는 동안 한솔이와 가족들 사이 마음이 열리는 변화를 맞으면서다.

2021082401000875300044222.jpg
임시보호가던 날 센터에서 찍은 한솔이 모습.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작년 11월 구조돼 평택시 보호소에서 이송돼
핼쑥한 외모 탓에 입양신청 들어오지 않았지만
서울 가족 임시보호 의사 밝히면서 건강 되찾아
정식 입양절차 거치고 가족으로… "귀한 생명체"


유기동물 입양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10월 수원에 문을 연 경기도 반려동물 입양센터. 이곳에서 100번째 입양견이 탄생했다.

주인공인 말티즈 한솔이는 지난해 11월 구조돼 평택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받다 도우미견나눔센터로 이송돼 보살핌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핼쑥한 외모 탓에 입양신청은 들어오지 않았고, 도심지 입양센터라면 한솔이에게 입양의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수원에 위치한 입양센터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한솔이에게 기적이 찾아온 건 지난 3월. 서울에 사는 전가영(가명)씨 가족이 임시보호 의사를 밝혀 오면서였다. 전씨 가족은 한마음으로 2주 동안 한솔이를 돌봤고 한솔이도 이에 화답하듯 날로 건강해졌다. 전씨는 "엉성했던 털은 풍성해지고, 말랐던 다리에도 근육이 붙어 걷는 게 편해진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한솔이가 행복해지길 바랐던 가족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한솔이에게 드디어 입양신청이 들어왔다. 전씨 가족이 임시보호하는 동안의 일이었다.

2021082401000875300044223.jpg
전씨 가족이 임시보호 중에 찍은 한솔이 모습. /전씨 가족 제공

센터 관계자는 한솔이의 입양신청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씨 가족에 전하면서 조심스레 전씨 가족도 입양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센터 측에서 보기에 전씨 가족이 한솔이를 잘 돌보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전씨 가족은 고심 끝에 한솔이를 직접 입양키로 뜻을 모았다.

전씨 가족은 "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사랑받아야 하는 귀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면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책임감도 들어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지만 한솔이가 건강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11일 한솔이는 정식 입양절차를 거쳐 전씨 가족 구성원이 됐다. 전씨 가족은 한솔이에게 수술이 필요한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적금을 들기로 했다고도 전할 만큼, 한솔이에 대한 책임 있는 애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전씨 가족은 "이전까지는 반려견을 키워본 경험이 없었지만, 입양을 결정하기 전에 2주간 임시보호를 해 아이와 가족들간 친밀도와 신뢰를 키웠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정말 키울 자신이 있어도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임시보호 과정부터 입양까지의 소감을 언급했다.

반려견 입양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영상이나 글로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만나면 교감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입양센터나 도우미견 나눔센터를 방문하면 보호견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자원봉사를 신청하면 나눔을 실천(8월 15일자 인터넷 보도=[안녕하시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를 가다] #1 자원봉사 어디까지 해봤어?)할 수도 있다.

2021082401000875300044224.jpg
한솔이.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 제공

한솔이를 전담보호했던 이지현 입양센터 주무관은 "한솔이를 보호하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보고 사람과 살았던 아이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며 "건강하게 회복하고 가족을 찾아 떠난 한솔이 모습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사회가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한편 도 반려동물 입양센터는 도가 직접 운영하는 도심지 유기견 입양기관으로, 도우미견나눔센터(화성 소재)에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기본교육 등을 받은 유기견을 무료로 입양할 수 있는 곳이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