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훈련, 알고리즘 이용 돈벌이 안성맞춤
사교육산업,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어
그러나 미국의 얼리 블루머 신드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얼리 블루머란 일찍 꽃이 피는 식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영재 혹은 신동(神童)에 비유된다. 뉴욕의 유아교육학원인 콜럼비아문법학교의 1년 수업료는 3만7천 달러(4천300만원)로 한국의 로스쿨이나 의과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싸지만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3개의 도서관과 6개의 음악교실, 7개의 화실에서 아주 빡빡한 교육과정을 밟는데 이 학원은 "당신의 아이를 15년 후 명문대에 입학하게 해 주겠다"며 학부모들을 유혹한다. 유아교육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가르침에 따라 엄마들은 자신의 젖먹이를 기꺼이 고난의 행진 대열에 밀어 넣는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내신성적 1등급 및 만점에 가까운 SAT(대학입학 자격시험) 점수, 리더십과 사회참여에서 탁월한 수행평가업적이 요구된다.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고등학생 자녀의 개인 레슨을 위해 연간 5만 달러(5천700만원) 정도를 흔쾌히 지불한다. 시간당 1천 달러의 수업료를 받는 스타강사도 등장했다. 자유의 나라 미국이 청소년들의 입시지옥으로 변했다.
얼리 블루머 광풍(狂風)의 롤 모델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다. 상류층이 모여 사는 시애틀 교외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빌은 고교 학업성적이 극히 우수했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서 인근 워싱턴대학 실험실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느라 날밤을 새곤 했다. 그는 SAT 수학시험에서 800점 만점을 받아 하버드대에 진학했다가 3년 수료 후 197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해서 20년 뒤에는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SAT 수학시험에서 각각 만점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SAT 수학시험 만점을 받았으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SAT 수학과 영어 2과목 만점을 받았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SAT 수학시험 만점을 받았다. SAT 수학영재 6명의 개인적인 부(富)의 합계가 3천억 달러이며 6명이 창업한 기업의 가치는 3조6천억 달러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세계 10위인 한국의 GDP보다 2배 이상이다.
'헬리콥터 엄마' 메카 한국은 훨씬 더 심각
수도권 편중·주택가격 올리는 주범이기도
빌 게이츠는 "천재 프로그래머 한 사람이 평범한 프로그래머 1천명 이상의 몫을 한다"며 천문학적 연봉으로 전 세계 수재들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끌어들였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미국 은행들의 신입사원 초봉은 1억2천만원이다. 오늘날은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시대여서 젊은 나이에 돈벼락을 맞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최대한 몸값을 높인 후 단기간에 떼돈을 벌어 여생을 편히 즐기려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특히 영재훈련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에는 안성맞춤이다. 사교육산업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조기성공의 컨베이어벨트에서 탈락한 루저(패배자)들 또한 점차 증가하면서 사회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 진 트웬지는 "청소년들이 지난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헬리콥터 엄마들의 메카인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한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선진국(OECD) 최하위인데다 사교육은 수도권 편중과 주택가격 상승의 주범인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은 한국을 노인 빈곤율 선진국 1위 국가로 만들었다. 저출산의 글로벌 대재앙이 본격화되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