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警察)이란 말은 경계하고 살핀다는 뜻이다. 경찰(police)이라는 영어는 그리스어 'politeia'와 라틴어 'politia'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시국가(polis)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 말은 15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16세기의 경찰은 절대주의적 국가권력을 유지하는 밑바탕이었다. 그러다 17~18세기에 이르러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그리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등을 위한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경찰에 관한 최초의 실정법은 1794년 프로이센의 일반란트법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무인정권 시대 설치된 야별초(夜別抄)가 경찰의 기원이 되며, 충렬왕 때 창설된 순군만호부(巡軍萬戶府)가 우리나라 최초의 정식 경찰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조선시대에는 중종 때 설치된 포도청이 경찰청의 역할을 했으며, 1894년 갑오개혁과 함께 한성부에 경무청이 설치된 것이 오늘날의 근대적 경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한때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별순검'은 경무청 소속의 순검(巡檢)들로서 주로 왕실 호위와 경찰임무를 담당했고, 별순검은 사복을 입고 정탐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이들로 오늘날의 사복경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별순검들은 드라마와는 달리 왕실 친위조직이었지 백성들을 위한 기관은 아니었다.
세계의 경찰 미군의 철수 결정 이후 탈레반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몰려드는 난민들로 카불 공항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있고 내홍 상태에서 점차 내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70년간 미국은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세계경찰을 자처했고,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 기여가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국제사회는 그런 팍스 아메리카나에 익숙해져 있었으나 이제 미국은 자국 중심주의와 중국 견제 등으로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점차 손을 떼려 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동맹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이익이 없으면 미군이 떠난다는 실리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외교와 국제관계에서 동맹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앞서는 것은 국익이다. 내가 산 다음에 동맹도 세계평화도 있는 것이다. 수신 이후에 치국평천하요, 성불 다음에 제중이지 국제사회에서 제중성불(濟衆成佛)은 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