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3년 고1을 시작으로 2024년엔 고등학교 2학년, 2025년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 학년에 걸쳐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그간 운영해왔던 학사운영의 틀이 완전히 바뀐다. 수업량 기준은 '단위'가 아니라 '학점'으로 전환한다. 그간 204단위 수업을 수행해왔는데,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총 192학점은 교과가 174학점, 창의적 체험활동(창체)가 18학점으로 구성했다. 기존 수업량 보다 이수학점이 적게 조정된 것은 학교 밖 교육을 학과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면 단순히 학교 안에서만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지역 내 교육 인프라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 밖 교육이 늘어나 지금처럼 빡빡한 수업량으로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과목 구조 개편… 학생 개인의 선호도·진로 연계된 교육 활동 편성 그림
교육부는 교과별 수업횟수가 줄어드는 대신, 190일 이상 수업일수를 현행대로 유지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융합수업, 미이수 보충지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과목 구조도 개편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은 그대로 유지되고 융합선택과목을 신설한다. 주로 특목고에서 배우던 심화수학Ⅰ·Ⅱ, 고급 물리학 등 전문교과Ⅰ을 보통교과로 전환해 모든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확대한다.
더불어 창체의 경우 학생 개개인의 선호와 성장에 따라 진로와 연계된 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교육당국은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학생의 선택을 중점에 두다 보니 공통과목에 대한 기초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공통과목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실시해 각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위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 및 온라인 프로그램 마련하도록 하고, 전면 시행되는 2025년엔 미이수제도를 도입해 최소 학업 성취도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교사 수급'이다. 고교학점제로 과목이 복잡다양해지는데 교사 양성은 기존 교육과정 체계에 맞춰있어 학생 니즈(needs)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교사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단 교육부는 내년부터 단위학교마다 1명씩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서울대·교원대와 리더그룹 양성… 단위학교 교사 연수도

하지만 경기도는 전반적으로 교사 정원이 부족해 업무 과중이 심각하고 지역별로 교육환경 격차가 심한 편에 속해, 교사 수급은 시급한 문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고교학점제 시범하는 지역 상황에 따라 필요한 중등교원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에만 '교과순환전담교사'로 100명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교과순환전담교사는 1명의 교사가 여러 학교의 교과 수업을 맡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기존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희귀 과목의 경우 외부 강사들이 교단에 설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문제들로 한국교원총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타 지역보다 앞서서 경기도는 고교학점제를 준비해왔다.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아 큰 틀의 변화는 시도하기 어렵지만, 연구·선도학교를 통해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과교실 기반의 '멘토 담임제'도 눈여겨볼 만한 정책이다. 대학처럼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받는 것이 일상이 될 고교학점제에서 기존 담임교사 역할로는 제대로 학생을 돌볼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사 1명당 약 13명 학생을 담당하는 '멘토담임제'를 연구학교 등에서 도입했는데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여주·이천 등 온라인교육과정 거점센터 통해 '도농지역 교육격차' 완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 입장에선 상담도 쉽고 밀착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제법 유의미한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라 더욱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며 "다만 교사의 업무 부담이 큰 산인데, 최대한 효율적인 교원배치 등을 통해 완화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농지역이 많은 경기도 특성상 지역의 교육격차 완화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경기도교육청은 '온라인공동교육과정 거점센터'를 통해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여주·이천·양평을 1개의 벨트로 묶어 '교육과정캠퍼스지구'로 구성했다. 교육지원청이 다양한 과목의 온라인 강좌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 등 인프라 지원을 하는 방식인데 현재 이들 지역엔 30개 강좌가 개설돼 학생들이 자유롭게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선 외부 강사가 아니라 지역의 교사들이 직접 수업을 연구해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어 반응이 좋다"며 "학교 수가 적고 거리가 먼 지역의 경우 이동거리를 고려해 온라인 수업으로 공동교육과정을 늘리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