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년들은 누구보다 진정한 자립을 갈구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의 일자리 대책은 청년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에 미흡했다. 고용시장은 갈수록 악화하고 설비 기계화·자동화로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진다. 창업은 어느 시기보다 큰 리스크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정부 차원 식량관련 공기업 설립
묵은 농지 매입 농경구릉지 조성
부가산업 따른 채용도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이들에게 '3D업종은 일자리가 많으니 그쪽으로 취직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해선 안 된다. 이는 현장을 가보지 않은 소리일 뿐이다. 여기저기 산재한 소규모 제조업장은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고 급여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부분은 비전을 찾기 어렵고, 외곽에 입지한 업종 특성상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승용차 없이는 출퇴근조차 힘든 사업장이 태반이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제조업 분야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또 그 자리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큰 카테고리로 보면 그린·디지털·휴먼·지역균형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청년들은 여기에 어떻게 발을 들일지 잘 모른다.
그렇다면 기왕에 지역균형 뉴딜을 하고 있으니 1차 산업에서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0.8%에 불과해 수입의존도가 99.2%까지 치솟았다. 빵과 국수가 주식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국내산 가격은 수입산보다 3배 높아 석유보다 위험한 산업이 밀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지난 2019년 정책적으로 밀산업육성법을 마련했겠는가.
정책에는 예산과 인력, 법적 요인 등 세 가지 틀이 갖춰지면 된다. 밀산업에 기초한 지역뉴딜을 위해 우선 정부 차원의 식량 관련 공기업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작은 야산과 야산 사이에 묵은 농지가 수두룩하다. 설립된 공기업이 이 농지들을 매입해 경지정리하고, 기계로만 경작하도록 대규모의 완만한 농경구릉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외형적인 모델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배경인 모로코의 밀 구릉지가 있다. 일차적으로 매입과 경지정리에 따른 공기업 인력이 채용되고, 숙박·요식업·쇼핑·레저 등의 부가산업 채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밀로 한정 짓지 않는다면, 고창의 학원농장 보리밭이라든지 태백의 매봉산풍력발전단지 배추밭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 작물도 수확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밀짚모자 상징 빵·국수 만들기 등
갖가지 가공체험 패키지 연계도
밀산업 뉴딜은 경지정리 토목사업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경지정리가 끝난 후 파종에서 추수까지 전 과정을 기계화하면 노동 생산성이 크게 향상돼 수확기에는 밀밭 구릉지를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다. 밀짚모자를 상징으로 빵과 국수 만들기 등 갖가지 가공체험을 패키지로 연계할 수도 있다.
시범적으로 500만~1천만평(약 1천652만~3천305만㎡) 규모로 시작, 자급력을 20%까지 끌어올리도록 밀밭을 2억평(약 6억6천㎡)까지 조성한다면 식량 자급화는 물론 그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산업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균형발전 뉴딜과 청년 일자리다.
현재 국내 밀산업은 각자 생산해 각자 보관하는 정도에 머물고 품질도 제각각이라 수매가 안 된다. 수매가 안 되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국가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필수적인 밀산업 뉴딜은 기존 작물을 활용해 개별농가의 부수익을 추구하던 이전의 1차 산업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비록 시간은 걸릴지라도 최소한의 자급력을 갖추는 면적까지 육성해내면 소멸 중인 지방도시 하나쯤은 거뜬히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지방소멸과 청년일자리 문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지 않은가.
/최재욱 김포시 청년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