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에 넘긴 부동산 투기의혹 국회의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되자 사퇴를 결단한 것이다. 본인이 아니라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라 당에서도 문제없다 했고,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을 찾아 눈물로 말렸지만 윤 의원은 굽히지 않았다.
윤 의원은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 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며 권익위의 야당 의원 부동산투기의혹 조사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되는 국회 연설을 통해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해 단숨에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을 "언론에 부르카를 씌우는 언론부르카법"이라고 비판하는 등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에 대해선 촌철살인의 SNS 논평으로 저격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선언 이후엔 여당 대선 후보들의 정책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저격수로 일구어낸 정치적 평판이 작지 않았던 덕분인지, 윤 의원을 향한 반응도 감동과 냉소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했고, 진중권씨는 "잘 하셨다. 나중에 더 크게 쓰일 것"이라고 격려했고,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국 정치에 죽비를 때렸다"고 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를 실현 불가능한 '정치쇼'로 폄하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며 "사퇴를 관철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사퇴는 회기 중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비회기 중엔 국회의장의 사퇴 수리로 확정된다. 사퇴서를 제출했더라도 사퇴 확정 전에 철회하면 그만이다.
윤 의원 사퇴가 책임정치를 위한 아름다운 희생인지, 정치쇼인지는 사퇴서 처리 여부에 달렸다. 윤 의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사퇴 확정은 더불어민주당에 달렸다. 단독으로 사퇴서를 처리할 수 있는 거대여당 아닌가. 정치쇼라 비웃을 것이 아니라, 윤 의원이 사퇴해야 마땅하다면 본회의 의결로 사퇴를 확정하면 그만이다. 윤 의원 사퇴가 일으킬 정치적 파문이 간단치 않을 듯싶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