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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현대인들은 출근길에 인터넷 뉴스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주제별로 모아 놓으니 이곳에서 골라서 볼 수 있다. 오늘은 '학교도 이렇게 일찍 안 갔다'라는 인터넷 뉴스에 관심이 간다.

우리가 별다방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제법 근사한 상품이 나오는 날이란다. 커피 300잔을 130만원을 내고 먹으면 받을 수 있는 여행가방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돈을 다 지불하고 커피는 한 잔만 마시고 가방을 받아 갔다는 내용이다.

무엇이 숱한 사람들을 별다방에 매달리게 하는가. 그 비밀은 이야기다. 이곳에 가면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똑같은 맛을 유지하고 매장이 넓어서 쾌적하며 응용소프트웨어를 깔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인데 '스토리의 과학' 저자 킨드라 홀은 "스토리가 있으면 저항이 사라지고,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도 그 음식점에 가고 싶어지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아도 그 향수가 사고 싶어지고,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

기업에서도 생산하는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은 제품뿐만 아니라 음식분야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천년을 살아 내려온 요리도 있으니 다름 아닌 동파육이다.

소동파 詩 '저육송' 돼지고기 찬미 노래지만
실제로는 동파육을 만드는 방법 읊조린 것


소식은 중국 북송대의 문인이자 철학자로서 우리에게는 소동파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소식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기나 긴 시간 유배생활을 하게 되는데 후베이성 황주(黃州)에 단련부사라는 보잘 것 없는 직책으로 좌천되어 5년간 머무르게 된다.

그의 시를 보면 황주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황주로 온 지 2년은 하루하루가 곤했다. 마정경이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불쌍히 여겨 군에 청하여 땅 몇 마지기를 얻어주어 농사를 지으면서 근근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땅이 너무 황폐해지고 가시덤불이 많은 데다가 가뭄까지 들어 밭을 가는데도 기진맥진했다고 썼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 했던가. 소동파는 황주의 생활이 힘들었지만 소식이 사는 집 동쪽에 언덕이 있었는데 동쪽 언덕에 거주하는 사람이라 하여 동녘 동자에 언덕 파를 글자로 동파거사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황주에 머물면서 돼지고기 요리를 자주 해 먹던 소동파는 급기야 돼지고기를 칭송하는 저육송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제목은 돼지고기를 찬미하는 노래이지만 실제로는 동파육을 만드는 방법이다.

황주에는 맛난 돼지고기가 똥값이네 부자들은 천한 요리라고 안 먹고 가난한 사람들은 요리방법을 몰라서 못 먹네, 물을 조금만 넣고 약한 불에 뭉근히 두면 저절로 익으니 매일 아침 일어나 두어 덩어리 먹으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시 주제로 삼아
스토리텔링 주인공 삼기에 완벽할 수 밖에


소동파는 대단한 미식가였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든 채소, 과실, 과실 가공품, 수산물, 차, 술 등을 시의 주제로 삼았다. 그의 시를 보면 매일매일 성대한 연회를 즐겼을 것 같다. 그는 밀주를 만들면서 밀주가라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 그가 만든 술맛은 어땠을까. 북산주경이라는 술에 관한 저술을 남길 정도였으니 모두 기대를 했건만 그가 만든 밀주를 마시고 많은 사람들이 설사해서 그 다음부터는 다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스토리텔링에는 정해진 캐릭터가 존재해야 하고 캐릭터의 나이, 직업, 외모, 그의 철학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본다면 소동파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 그것이 동파육이 천년을 살아 숨 쉬는 이유다.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