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들이 총동원돼도 통제가 안 됐습니다."
인천 연수구청 행정 부서의 한 공무원은 지난달 중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달 초까지 70명 넘는 외국인 감염자가 나온 중고차 수출단지 방역 현장에 투입됐었다. 700여 개 업체가 밀집한 연수구 중고차 수출단지는 평소 하루에도 바이어 수백명이 드나들었다. 대다수는 이슬람권 국가 출신 외국인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연수구청 공무원 상당수가 중고차 수출단지 방역 업무에 동원돼 출입구를 통제·관리하거나 역학조사를 도왔지만 부족한 통역 등으로 역학조사가 늦어졌다. 중고차 수출단지 관련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된 외국인만 200명이 넘었다.
최근 인천 지역에서 외국인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지자체 일선 현장에서는 방역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연수구, 중고차수출단지 집단감염후 방역·조사… 인력 부족 등 큰부담
특정지역 함께 생활·승합차 이동많아 관리 일원화·치료시설 추가 필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출신 외국인이 많이 사는 연수구 함박마을에서도 최근 20명 이상 외국인 확진자가 나왔다.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외국인 주민이 많아 구청장까지 직접 나서서 마스크를 나눠주며 착용을 독려했다고 한다. 외국인 밀집지역 내 방역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 지역 외국인 확진자는 올해 1월 43명, 2월 43명, 3월 74명, 4월 23명, 5월 15명, 6월 29명이다. 4차 유행이 본격화한 이후 7월 137명, 8월24일 기준 39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전체 외국인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의 18.2%를 차지해 비율도 커졌다. → 그래픽 참조
최근 인천 지역 외국인 관련 집단감염 사례는 남동구 제조업(31명), 부평구 노래방·중구 어업종사자(49명), 전통시장 수산업(19명), 부평구 외국인 지인 모임(19명), 미추홀구 마사지사(5명) 등이다.
인천시는 이달 들어 수산업·산업단지 외국인 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집단감염 사례가 늘면서 방역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주민은 자국민끼리 특정 지역에 밀집해 살면서 친목 모임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승합차를 타고 단체로 건설 현장 등을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이 많아 집단감염 우려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데다 미등록 외국인 등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동선 파악을 비롯한 역학조사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통역 인력 배치로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일원화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확진자 수용을 위한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 추가 확대·운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