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대학노동조합, 기자회견
대학평가 정책의 폐기와 정책 전환을 요구

일반재정지원에서 제외된 16개 대학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이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부실대학의 낙인은 물론 불평등한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한다면서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를 촉구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은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재정지원 가 결과에서 탈락한 52개 대학 중 16개 대학의 입장문을 밝히며 대학평가 정책의 폐기와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16개 대학은 군산대, 성공회대, 용인대, 수원대, 협성대, 가톨릭관동대, 상지대, 한일장신대, 창원 문성대, 전남도립대, 국제대, 김포대, 신안산대, 계원예술대, 강릉영동대다.

이들은 "대학 평가의 결과는 부실대학과 비 부실대학으로 대학을 불평등하게 등급화 내지는 서열화함으로써 대학 교육을 왜곡한다"며 "근본적으로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틀을 그대로 승계한 무늬만 바뀐 2, 3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의 대학 평가는 대학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잣대로 이뤄진 데다 막강한 재정권을 쥔 정부에 대한 대학교육의 종속성도 더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평가 탈락 대학 중 상지대와 평택대, 한세대, 성신여대, 수원대, 김포대 등은 과거 대학 운영자의 비리에 발목을 잡혀 평가에 탈락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데, 교육부 대학평가가 정상화로 가는 이들 대학의 발목을 잡게 되는 꼴"이라며 "대규모 비리가 드러난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재정지원을 받고, 상지대와 평택대같이 사학 혁신 선도대학마저 일반재정지원에서 탈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대학의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는 교육부의 대학평가가 대학 특성화·다양화를 유인하는 정책적 성격이 컸지만, 대다수 대학이 재정·운영 위기에 봉착한 현재 상황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정책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의 대학평가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고등교육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말 그대로 현시점에서의 대학 역량에 대한 기초 진단을 통해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게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대학이 재정위기 봉착한 현재 '유효하지 않은 정책수단' 강조
대학 운영지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법 제정' 필요 언급도

아울러 OECD 회원국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한 고등교육재정을 끌어올리고 대학 운영비를 정부가 직접 교부·지원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7일 대학기본역량진단 가 결과를 발표하며 이날 입장문을 발표한 16개 대학을 포함한 52개 대학을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돼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산학협력 등 특수목적의 재정지원 등은 받을 수 있지만, 이 밖에 사업이나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제한된다.

특히 다음 달부터 수시모집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다는 것 자체가 부실대학 낙인으로 여겨질 수 있어 대학들의 반발이 거셌다. 가 결과에서 탈락한 대학은 지난 20일까지 이의신청을 했으며,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