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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군내면 소재 '캠프 그리브스'는 미2사단 보병대대가 50년간 주둔하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거리 임진강 북단에 있다. 병사 숙소와 생활관, 체육관 등 군 시설이 원형으로 남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경기관광공사는 기지 내 미군 장교들의 숙소를 활용해 24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운영 중이다.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유일의 숙박시설이다. 방문자들을 위한 안보 OX 게임, 통일 기원 미니 장승과 솟대 만들기, 특급전사 선발, 캠프 놀이마당, 도전 DMZ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덤이다.

2016 방영된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배경무대가 되면서 방송사와 영화제작사의 단골 촬영지가 됐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2019),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CNN 'South Korea POV'(2019), JTBC '비긴어게인'(2020) 등 대형 작품에도 등장한다. 예전 미군 부대 모습 그대로라 세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소를 생동감 있게 담아낼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하반기에만 20건의 촬영 예약이 성사됐다고 한다.

분단의 상징물에서 평화·안보 교육장으로 변신한 미군 공여지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 파주시는 캠프 내 전시장인 '갤러리 그리브스'를 임진각 평화 곤돌라 방문객에게 내달 초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경기관광공사는 기지 내 볼링장시설을 리모델링해 전시장으로 활용해 왔다. 이 공간엔 '두 개의 시간(TIME LOST, TIME REGAINED)'이라는 주제로 6·25전쟁 관련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는 곤돌라 이용객들을 위한 쉼터에 접했고, 제1 전망대와도 가깝다. 시는 휴식의 공간이자 새로운 볼거리가 돼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인할 것이라 기대한다. 캠프와의 연계 관광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수도권 최북단 파주는 평화·안보 관광지로서 잠재력이 크다. 지역 북쪽을 관통하는 DMZ는 70년 가까운 세월, 자연 생태계를 온전히 지켜온 땅이다. 임진강 물길이 지역을 휘감아 돌고, 천하절경 명소가 즐비하다. 평화의 전진기지로, 통일시대엔 국민 관광지로 재도약할 것이다. 미군기지에서 피어난 갤러리 그리브스는 위대한 여정의 첫발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