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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회 여야 여성의원들이 지난 27일 '시청 미혼 여직원 리스트'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제공

성남지역 여성단체들이 2년 전 성남시 한 공무원이 30대 미혼 여성 공무원들의 신상 문건을 작성해 당시 시장 비서관에게 건넨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 엄정수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남여성네트워크(경원사회복지회·분당여성회·성남YWCA·성남여성의전화·성남여성회·젠더교육센터-HU)는 지난 27일 '성남지역 여성단체는 분노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남성 공무원이 남성 상사에게 여성 동료들의 신상 리스트를 만들어 바쳤다. 리스트를 건네면서 '한 달 간 힘들게 만든 자료이니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2019년에 일어났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며 "여성을 동료로,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물건이나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역겨운 문화가 공직 사회에서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여성가족정책을 보좌하던 은수미 시장의 성남시에서 공무원 조직 내부의 성평등은 부재했다. 성평등한 관점의 일관된 방향성 없이 범죄가 발생했을 때만 땜질하듯 마련했던 단발적 대처가 이런 저질스런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자와 보고받은 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는 않았는지 등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성남여성네트워크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은 시작일 뿐이다. 성남시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 조직 내의 성차별적 질서와 문화를 없애기 위한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명확한 진상규명과 처벌만큼 확실한 치유대책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

성남시의회 여야 여성의원들도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심각한 인권침해 사안이며 범죄 행위"라며 "정확한 작성 배경과 정보의 유출 경위, 유출에 따른 피해자 파악 등의 철저한 조사 후 납득할 만한 수준의 즉각적인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추후 리스트 관련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법적 수단의 강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해당 '리스트'와 관련한 신고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접수됐다. 은수미 시장의 전 비서관이었던 이 모 씨는 신고서를 통해 '자신이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2019년경 인사 부서 6급 A씨로부터 성남시청 30대 미혼 여직원의 신상 문서를 전달받았으며 이는 미혼인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A씨가 직접 작성한 접대성 문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A4용지 12장 분량으로 성남시에 재직 중인 31세~37세의 미혼 여직원 151명의 사진·이름·나이·소속·직급 등이 정리돼 있다. A씨는 현재 인사 부서가 아닌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직위 해제된 상태다.

은수미 시장은 이와 관련, 지난 26일 사과문을 통해 "지난 금요일에 사실을 알았고 곧바로 내부감사에 들어갔으며 수사 의뢰를 한 상황"이라며 "징계조치와 더불어 리스트 관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수단을 강구하고 재발방지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