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누에나방·아시아쌀명나방·사슴벌레·물진드기·잠자리·마누카딱정벌레·가시벌레·소금쟁이 등 지금 열거한 곤충들은 생물도감이나 환경 관련 목록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는 모두 인간들이 먹는 음식들이다. 이 밖에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별별 것들을 다 먹어치우는데, 심지어 여기에는 아메리카악어·치타·코끼리 등도 포함돼 있다.
음식연구자인 마거릿은 '음식은 단순히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식사는 허기를 채우고 생존을 위한 필수행동이면서도 문화이며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친을 잃은 소설가 김성동은 "언제나 배가 고팠고, 배고픈 것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었고, 외로움보다 더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리움"이라 했다. 그의 말대로 배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로움과 그리움도 배고픔 못지않게 실존(實存)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코로나19(COVID19)의 장기화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동료들은 고사하고 가족, 친지들과 식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혼밥이 이제 낯설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위태하게 이어가던 인간관계가 팬데믹으로 더 위협받고 있다. 집안 어르신의 생신과 제사 때 가족과 친인척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면서 정담을 나누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일마저 아득한 추억 속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주로 도시인들의 절대고독과 소외를 작품화했던 현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이 미술 속의 일이 아니라 코로나19와 저출산, 1인 가구의 확장 등으로 달갑지 않은 현실의 식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한 재야 수행자는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을 총칭하는 음식(飮食)과 양식(糧食)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고 음식(陰食)과 양식(陽食)이라 구분해서 표기해야 한다고 한다. 공기같이 하늘의 기운을 마시는 것은 양식(陽食)이요, 땅에서 나온 먹거리는 음식(陰食)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먹는 일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사회문화이며, 우주와 자연과 관계를 맺는 중대사인 것이다. 요즘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먹방들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식문화가 건강하지 않다는 반증인 듯해 못내 씁쓸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