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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6대 대선은 민주당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대결 양상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다. 노 후보 측은 국민여론조사를, 정 후보 측은 당 대의원 여론조사를 주장했다. 정 후보 진영은 국민여론조사를 하면 이 후보 지지층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피하려 역선택을 할 것으로 봤다.

양당은 역선택 방지를 위한 방안에 합의했다. 여론조사 설문내용은 먼저 단순지지도를 물어 이 후보 지지자들을 제외한 후 '이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가,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가'였다. 이후 노 후보는 단일화 트랩을 넘고, 여세를 몰아 대권을 쥐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역선택 논란이 재현됐다.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고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섰으나 패했다.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 사이에 역선택 논쟁이 한창이다. 맨 앞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본경선에 5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진영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경우는 없었다며 대척점에 섰다. 대선은 우리끼리 골목대장 선거가 아니라는 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이나, 20·30·40대, 광주·전라·진보 지지층에선 홍 의원이 앞선다는 결과가 보도됐다. 호남에서는 홍 의원이 윤 전 총장보다 2배 이상 지지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응답한 경우도 역시 홍 의원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을 압도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이 자당에 유리한 야당 후보를 선택하려 역선택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 버스 승차를 두고 국민의힘 당 대표와 유력 주자가 갈등을 빚었다. 버스가 출발하니 승객들이 진흙탕 싸움을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던 경선관리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며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받는다. 이러다 버스가 종착지까지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들을 한다. 지긋지긋한 내부 총질에 지지층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한 다부진 결기는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