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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10월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수(중개수수료에서 중개보수로 공식명칭 변경) 체계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중개보수 개편안의 요체는 6억~9억원 구간의 요율을 현행 0.5%에서 0.4% 수준으로 인하하고,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요율을 0.5~0.7%로 인하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아파트 거래 시 현재는 0.9% 상한 요율에 따라 최대 900만원의 중개료가 발생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0.5% 상한 요율에 따라 5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소비자의 중개보수 부담이 현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소비자의 중개보수 불만사항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그렇다면 중개보수가 절반가량이나 낮아졌으니 앞으로 소비자의 중개업 서비스 만족도가 '보통 이하'(국토교통부 조사)에서 '보통 이상' 수준으로 높아질까?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이유는 단순한 수수료 절감은 서비스 질 개선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금번 중개보수 개편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처럼 부동산 시장 내의 본질적인 해결책을 담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개편을 기점으로 중개사들의 서비스 질 개선 의지가 더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일원화 된 체계유지보다
일반·전속 더해 법률컨설팅 강화된


그러면 대한민국의 중개보수는 선진국 대비 과연 비싼 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요 선진국 중 대한민국의 중개료가 가장 저렴하다. 우리나라는 거래된 부동산가격의 0.3~0.7%(10월 개편 기준)를 중개료로 부담하는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는 최저 2%(중국,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등), 최고 10%(프랑스)로 우리보다 2~10배 높기 때문이다. 특히 1인당 GDP 규모가 우리보다 낮은 중국이 2~3% 수준의 중개보수 요율을 책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중개보수가 비싸다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나라의 중개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중개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비싼 만큼 고품질의 중개서비스가 제공된다. 선진국은 공인중개사가 단순한 계약 중개의 요식 행위를 넘어 컨설팅과 소유권 이전과 관련된 법리적 업무(소유권 이전 관련 업무의 경우 국내는 법무사가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까지 전담한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서면보고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이 강화돼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전에 약속된 시간에만 집을 보여주는 등 수시로 연락해 집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는 우리와는 고객 응대의 면면이 다르다.

또한 중개보수 책정 방식에는 각 나라별 고유의 차이점도 있다. 중개서비스 제공 대상을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구를 주체로 하느냐에 따라 중개료 부담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독일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자 정해진 중개료를 부담하는 반면, 일본과 프랑스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쌍방 합의에 의한 중개보수 금액을 원칙으로 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 등은 매도인만 중개료를 부담하며 이탈리아의 경우는 매도인과 매수인의 중개보수 요율이 상호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현재 소비자는 중개보수가 여전히 비싸다는 입장이므로 선진국처럼 높은 중개보수를 합리화시키기는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계약 당사자와 중개인 간의 중개료에 대한 인식차이가 큰 상황에서는 서비스의 질 개선 없이는 중개보수의 상향 조정은 앞으로도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 중개'나 고가주택 전담 거래
'프리미엄 중개' 등으로 확대하고
중개료도 '다원화' 한 형태 어떨지


단기간에 보이는 즉각적인 체계 변경과 수요자의 인식 전환이 어렵다면, 이미 법제화된 '전속 중개'의 활성화를 통해 중개보수를 보다 현실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개시장은 일반중개와 전속중개 형태로 구분된다. 일반중개와 달리 전속중개는 선진국처럼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중개보수 체계를 지금처럼 일원화된 체계로 유지하기보다는 중개서비스의 질적 유형에 따른 다원화된 중개보수 체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일반중개와 전속중개에 더해 법률 컨설팅 부분이 강화된 '전문중개(가칭)'나 고가의 주택을 전담해 거래하는 '프리미엄중개(가칭)' 등으로 확대하고 중개료도 다원화한 형태를 말한다. 수요자의 서비스 눈높이에 맞춰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는 본인의 선택에 의한 고품질의 중개서비스에 대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비용이라 인식하게 된다면 '충분한 서비스에 응당한 보수를 지불한다'는 선진화된 인식 방향으로 점차 변모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